[김지연의 미술소환] 우주에 가는 이유

김지연 전시기획자·d/p디렉터 2021. 10.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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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톰 삭스, 우주프로그램: 희토류, 2021, Deichtor Hallen Hamburg 설치장면 (c) Tom Sachs

이제 우주는 과거처럼 멀지 않다. 돈과 의지가 있다면 지구의 대기권 밖을 다녀올 수 있다. 문제는 왜 우주에 가느냐일 텐데, 작가 톰 삭스는 “지구를 더 잘 이해하고 지구의 생명체가 얼마나 특별한지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이질적인 물질, 맥락, 개념, 브랜드를 ‘혁신’이라는 바늘로 자유분방하게 엮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소비주의를 부드럽게 비트는 톰 삭스는 유머러스함과 진중함을 한 몸에 담고 활약한다.

그가 예술의 대상으로 우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2007년부터다. 화성에 최초의 여성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운 그는 동료들과 함께 아폴로 계획에서 영감을 받은 우주기지, 우주복, 우주선을 비롯하여 우주에서 필요한 도구를 제작했다. 특별한 점은 이 도구를 모두 ‘수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우주 탐사의 실제 현장에서는 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톰 삭스의 ‘우주프로그램’은 온전히 손의 노동으로 완성되었다. 이음새가 드러나지 않는 매끄러운 첨단 장비들과 달리, 그의 장비들은 손이 얽어나간 거친 이음새가 지지한다. 작가는 이 불안하고 거친 손의 흔적으로 예술가의 존재감을 증폭시키고자 했다.

그는 최근 독일 함부르크의 다이흐토르할렌에서 네 번째 ‘우주프로그램’을 띄웠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수제작한 우주선은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밝은 소행성 베스타로 향한다. 목표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토류를 채취하는 것이다. 지구의 지표상에 광범위하게 존재하지만 채취과정에서 독성폐수가 발생해 실제 추출이 쉽지 않은 이 원료를 채굴하는 ‘우주프로그램’의 미션은, 기술개발이 견인하는 편리한 삶과, 환경파괴가 야기하는 생존위기 사이의 아이러니를 짚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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