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풍선·신호등 유래는.. 도시가 품은 디테일의 세계

매일 거리에서 만나는 춤추는 풍선 인형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일어섰다가 내려앉고 주저앉았다가 팔을 휘두르며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간절하게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미국 휴스턴에선 2008년 시조례로 ‘도시의 풍경을 어수선하게 해서 미적 환경을 해친다’고 금지했다 하니 세계 여러 도시에서 그만큼 낯익은 풍경인데, 그 기원은 카리브 지역 예술가 피터 민셜의 인형 공연이다. 이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에서 거대인형 공연으로 확대했고 다시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바람을 송풍기로 불어 넣은 인형이 춤추는 형상을 만든 게 훗날 ‘휘날리는 녀석들’이란 특허 인형이 됐다.
서울 남산 정상에 가면 볼 수 있는 ‘사랑의 자물쇠’의 시작은 어디인가.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 브르냐치카바냐에 살던 ‘나다’라는 교사와 ‘렐랴’라는 장교는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훗날 동네 남녀는 사랑을 상징적이고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로 맹꽁이자물쇠에 서로 이름을 새겨 다리 난간에 걸어 잠그고 그 열쇠는 강물에 던져버리곤 한 게 세계 연인의 풍습이 됐다. 사랑이 너무 무거워진 나머지 세계 곳곳은 다리 보호를 위해 자물쇠를 치워버리거나 난간 자체를 없애버리는데 중국 만리장성에선 일부 구간에 전용 쇠사슬을 길게 늘어놓고 이를 장려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 일상에는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신간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는 인류 문명의 누적체인 도시가 가진 풍부한 디테일의 역사를 여러 단편으로 짤막하지만 깊이 있게 소개한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진행된 인기 팟캐스트 방송 ‘보이지 않는 99%’가 바탕이다. 저자 로먼 마스와 커트 콜스테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미학이나 건축 관련 지식은 그것들이 지닌 이야기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머지 99%는 보통 사람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교통 신호등, 맨홀 뚜껑, 공원 벤치 등.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에 숨겨진 의미를 드러낸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드러나지 않는 세상이 있는 걸 알 수 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도로표지들, 불이 난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안전장치들이 그런 것들이다.”
암스테르담의 폭 좁은 건물들은 정면 면적에 비례해 과세하던 시절의 결과물이고, 런던 주택가의 검은 쇠 울타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용 들것을 재활용한 것. 도시마다 그어진 수많은 차선 디자인의 원류는 우유마차에서 흘러내린 우유 자국이었다. ‘지금껏 봐왔으나 보지 못한 세계’, ‘지금껏 알았으나 알지 못한 세계’, ‘도시 해부도’, ‘건물의 뒷모습’, ‘더 멀리에서 보기’, ‘인간과 도시’ 등 모두 6부로 구성돼 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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