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만 되면 울부짖는 3040.. "애 재웠다, 게임 좀 하자"

송주상 기자 2021. 10. 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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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2: 레저렉션. /블리자드

# 유부남 A씨는 오전부터 가족과 함께 양떼목장을 찾아 놀고 왔다. 집에 돌아온 그는 집 안 청소를 초저녁부터 시작했다. 설거지부터 분리수거까지 마친 A씨는 아이를 재운 뒤 아내한테 허락받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가 되자 A씨는 절규하기 시작했다. 게임 접속이 안 됐기 때문이다.

# 다둥이 아빠 B씨는 8살인 큰 딸과 쌍둥이인 6살짜리 작은 딸 둘을 재우고 아내와 밥을 먹으면 저녁 10시쯤 된다. 이후 게임을 찾은 B씨는 정상적으로 접속이 되지 않는 게임을 원망하면서 ‘주말 새벽에 일어나서 해야 겠다’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잠을 청했다.

최근 한 게임을 하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는 글과 영상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하려고 했던 게임은 지난달 출시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다. 지난 2000년 출시된 ‘디아블로2′의 내용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래픽이나 소리를 현대 환경에 맞게 새로 작업해 내놓은 게임이다.

디아블로2는 초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에도 한국에서만 300만장이 팔리는 등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1년 전 당시 디아블로2를 즐기던 학생과 청년들은 30·40대가 됐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지난주 PC방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정작 문제는 게임 서버였다. 게임 발매 초기부터 불안정한 서버가 도마 위에 올랐고 게임 캐릭터가 삭제되는 현상 등이 발생했다. 특히 며칠째 밤 10시만 되면 서버 장애가 발생해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은 매일 밤 10시가 되면 수십건이 넘는 불만글로 가득찼다.

대부분 게시글이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가운데 한 네티즌은 “10시만 되면 자연스럽게 여기에 온다”라며 “욕하는 글을 읽는 것도 재밌다. (게임사에) 소송 걸 것처럼 비난하다가도 (게임) 서버만 열리면 조용해진다. 또 안 되면 욕하러 오고”라고 14일 남기기도 했다.

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하나. /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또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와이프가 1시까지만 하고 자라고 했다. 시간 재고 있는데 제발 게임 복구 해달라”, “방금 애가 자기 시작했다. 게임 너무 하고 싶다”, “신데렐라도 12시에 집에 가는데, 왜 게임 서버는 10시부터 터지냐”, “밤 10시부터 게임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있다”, “성인 대상의 셧다운제냐” 등의 글과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런 불만은 청와대 청원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2일 ‘**사의 만행에 대해 고발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코로나로 밖에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서 게임만 하려고 했는데, 못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게임 접속 장애에 대한) 게임사의 정확하고 공식적인 입장 전달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15일 오후 기준 1만3962명이 이 청원을 동의했다.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블리자드는 게임 서버 상황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와 회사의 대처 방안에 대해 상세히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수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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