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지금처럼 대응 땐 지구 기온 2도 상승 못 막아"

최준호 2021. 10. 1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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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첨단의 끝을 찾아서]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악셀 팀머만 부산대 석학교수가 지난 9일 부산대 통합기계관 10층에 있는 연구단 실험실에서 석회암 동굴 석순을 보여주고 있다. 석순의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특정 지역의 과거 수천년 동안의 강수량과 기온 변화를 알 수 있다. 송봉근 기자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큰 이슈가 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절반은 기후변화 예측에 기여한 물리학자 2인에게 돌아갔다. 클라우스 하셀만(89)과 마나베 슈쿠로(90)가 그들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창립자인 하셀만은 마나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물리학을 활용해 지구온난화를 예측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구의 복잡한 기후현상을 물리적으로 모델링하고, 실시간 달라지는 기후를 정량화할 수 있었기에 지구온난화 예측이 가능했다. 한국에도 기후위기를 연구하고 대비하는 조직이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이 그곳이다. 2017년부터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악셀 팀머만(51) 부산대 석학교수는 하셀만 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지난 9일 IBS기후물리연구단이 있는 부산대에서 팀머만 교수를 만났다.

Q : 스승 하셀만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A :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고 너무 기뻤다. 하셀만 교수는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이면서 나의 영웅이다. 내가 박사과정일 때 하셀만 교수는 이미 기후 경제와 해양 파동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며, 행정적인 일로도 매우 바빴다. 그의 연구결과는 독일 정부 환경정책의 방향을 이끌었다. 오늘날 독일이 녹색기술 선진국이 된 비결이다. 같이 노벨상을 받은 수키 교수(그는 슈쿠로 대신 수키라고 애칭을 불렀다) 역시 나와 꽤 오래 연구를 같이한 인연이 있다.”
CO₂ 배출량 따른 변화 계산 모델 필요

Q : 기후물리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자가 된 이유가 뭔가.
A :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복잡한 기후현상의 원리를 기후과학자들이 풀어 낸 것이다. 사실 공은 크지만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노벨상이 이미 두 차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2007년에 유엔 기구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기후변화의 실상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이해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018년에도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가 ‘기후변화가 경제성장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Q : 올해 노벨위원회가 발표한 물리학상 수상 공적에 ‘복잡한 물리 시스템’(complex physical systems)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게 온실가스·기후변화와 어떤 연관이 있나.
A : “세 명의 수상자 연구는 모두 복잡한 물리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는 기후시스템은 극도로 복잡한 영역이다. 전체 기후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날씨가 어떻게 기후시스템을 변화시키는지, 기후가 어떻게 날씨를 변화시키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온실효과 자체는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해양·대기·육지·식생·빙하 등 전체 기후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전체적인 복잡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싶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변화를 계산해 내는 모델도 필요하다. 수키 마나베가 기여한 게 바로 이 분야다. 그는 1960년대 초에 이미 세계 최초로 대기 모델을 개발했다.”

Q : 한국 IBS에 오게 된 계기는 뭔가.
A : “2015년 하와이대에 있을 때다. 한 한국인 과학자가 찾아와 기후연구를 위한 연구센터를 새로 시작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땐 잘 몰랐지만, 그게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이었다. 제안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이듬해에 IBS에 지원서를 냈고, 그게 받아들여졌다. 우리 기후물리연구단의 시작이다. 그런 특별한 기회가 없었다면 하와이를 떠나지 않았을 거다. 사실 미국에서도 주류 연구분야가 아니면서, 창의적이며 차세대 프론티어적인 연구를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Q : 그간 어떤 연구를 해 왔나. 기후변화와 인류의 이동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지 않나.
A : “현재까지의 기후변화뿐 아니라 이로 인한 인류 이동의 역사도 연구과제다. 이외에도 기후변화와 인간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들도 있으며, 과거 기후변화가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연구한다. 아직 누구도 연구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다. 강원도의 한 석회암 동굴에서 채취한 석순을 이용해 한국의 과거 기후변화를 재구성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 석순 조각의 동위원소를 측정해 과거 오랜 기간 한반도의 기온과 강수량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기후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으로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Q :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 인류는 언젠가 극지방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다.
A : “기후변화가 인류의 대량이주를 야기하겠지만, 그렇다고 극지방으로만 이동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인류가 이동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식량자원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극심한 가뭄으로 경작지를 잃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더 적합한 땅으로 대규모 이주를 하게 된다. 인류의 이주에는 단순히 온도 변화보다는 좀 더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Q :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프린스턴대 윌리엄 하퍼 물리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최근 온실가스와 기후위기는 음모론이라는 주장이다.
A : “하퍼 교수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 그는 기후과학자도 아니고 관련한 지식도 없다. 그의 전공은 기후과학과는 전혀 다른 응용광학 분야다. 세계의 어떤 기후과학자도 그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Q : 향후 기후변화에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중요한 요인들이 뭐가 있을 수 있나.
A :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불확실성은 남극·그린란드의 얼음과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다. 영구 동토층은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문제는 영구 동토층이 녹는 것이 얼마나 빨리 우리의 기후시스템에 영향을 미칠지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자연적으로 저장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될 수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더 큰 온실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빙상 또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지금까지 IPCC 보고서에 이용된 기후모델에 그린란드나 남극 대륙의 빙상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으로 풀어내야 할 중요 연구영역이다.”

Q : 2100년까지의 지구온난화 정도를 가상한 IPCC의 4가지 시나리오 중 가능성이 가장 큰 것과 작은 것은 뭐라 생각하나.
A : “글쎄, 나로서는 향후 10~20년 안에 인류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가능하다면 가장 공격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시나리오를 따라가길 바란다. 그래야 최소한 섭씨 2도, 바라건대 1.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5도 이하를 유지하는 것은 산업화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이기 때문에,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선언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나라는 매우 적다. 현재 우리는 1.5도 목표치에 너무 멀리 와 있다. 섭씨 2도 이하의 온난화를 유지한다고 해도 운이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섭씨 1.5도와 2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만약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다면 남극의 빙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1.5도에서 1.8도를 넘어서면, 남극 서부 빙상의 지속적 유실은 돌이킬 수 없으며,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다음은 엄청난 해수면 상승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실현 위한 전략 바꿔야

Q : 그럼 결국 인류가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 보나.
A :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하고 있는 대로 간다면 분명 섭씨 2도를 넘길 것이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전략을 바꾸고, 2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1.5도 이하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 기술이 어떻게 될지, 미래 정치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다.”

Q : 못하면 어떻게 되나.
A : “앞에서 말한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해양 산성화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도 한다. 언뜻 생각하면 좋은 일 아니냐고 여길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물과 반응해 탄산을 만들고, 결국 산호를 필두로 탄산칼슘 껍질이나 골격을 가진 수많은 바다 동·식물들을 감소시킬 것이다. 해양 산성화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대표적 연구주제다.”

■ 악셀 팀머만

「 1970년생. 독일 마르부르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함부르크대에서 기상학 박사학위(1999년)를 받았다. 네덜란드에서 박사후과정을 하고, 키엘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미국 하와이로 옮겨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국제태평양연구센터 및 하와이대학 해양학과 정교수로 재직했다. 2017년 1월 부산대 석학교수이자 IBS 기후물리연구단의 단장으로 선정됐다. 2007년 해양과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로젠스틸상을, 2017년엔 밀란코비치메달을 받았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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