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애호가 순종, 고양이 집사 숙종..임금들의 사생활
곽희원 외 11명 지음
인물과사상사
조선시대 ‘당구 덕후’로 알려진 A씨. 그는 당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일본 주식회사 닛쇼테이에 주문까지 해 당구대 2대를 집안에 들였다. 그것도 모자라 맘 놓고 당구를 즐길 수 있는 당구장까지 정식으로 설치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외국인 당구 선수가 경성(京城)을 방문하면 반드시 한 번씩은 만났을 정도로 매사 당구에 진심이었다.
A씨가 누구인지 짐작이 되는가. 바로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이다. 그는 아버지 고종에 이어 취미로 당구를 즐긴 당구 애호가였다. 난 닦기, 활쏘기, 책 읽기 등 임금이라면 응당 가졌을 법한 취미 활동보다는 상대방과 점수 내기를 하는 ‘오락’을 즐긴 모습이다. 순종의 둘째 부인인 순정효황후 역시 평소 나인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당구로 보낸 바 있다.
‘집사’가 취미였던 임금도 있다. 숙종은 조선 왕실에서 가장 손에 꼽히는 애묘가다. ‘고양이 집사’라 불릴 만큼 궁궐에서 고양이를 매우 아끼고 보살폈다. 금묘라고 숙종이 직접 이름 붙여준 고양이는 임금 옆에서 나란히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임금과 함께 잠자리에 든 반려동물이었다.
임금의 본분은 모름지기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살피는 일이다. 혹여 임금이 다른 사안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여기는 것을 막기 위해 신하들은 일거수일투족 임금의 생활을 간섭했다.
하지만 임금도 사람인지라 제한된 영역 안에서 각자 만의 즐거움을 찾아 누렸다. 비용이 많이 드는 불꽃놀이에 빠진 성종, 플로리스트 수준으로 꽃 가꾸기에 달인이었던 연산군 등이 대표적이다.
왕과 왕비의 취미는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사료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사 12명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조선 왕실 가족의 흥미로운 취미 이야기를 31편에 나눠 책으로 엮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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