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과거사 해법 함께 모색"..기시다 "한국이 적절한 대응 내야"

정대연 기자 2021. 10. 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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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 총리 취임 12일째에 통화
아베·스가 기조 그대로 ‘평행선’
임기 내에 ‘한·일관계 개선’
문재인 정부 구상 어려워질 듯

문재인 대통령, 기시다 총리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기시다 총리 취임 12일째이다. 두 정상은 과거사 문제 해법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40분부터 30여분 동안 기시다 총리와 통화하면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하면서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통화를 마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일·한 관계는 계속해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면 한·일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문 대통령과 “계속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현재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미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하자, 기시다 총리는 “양국을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 간 통화는 기시다 총리 취임 후 진행된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 중 7번째로 성사됐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튿날인 지난 5일 미국·호주 정상과 통화하는 등 러시아·인도·중국·영국 등 6개국 정상과 전화로 회담했다. 일본이 속한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동맹국과 주변 주요국 등을 우선시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경우 취임 9일째에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 중국·러시아보다 한국과 먼저 통화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진 이유가 한국이 일본 외교에서 2순위 그룹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로선 오는 31일 중의원 선거를 앞둔 국내 상황도 통화를 늦춘 이유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시다 내각 역시 한국이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수용 가능한 해법을 가져와야 관계 개선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이전 아베·스가 내각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기 내 관계 개선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점점 실현이 어려워지고 있다. 청와대는 다자 국제회의 등을 계기로 두 정상 간 대면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일본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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