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기재위]'분석'의 힘..한은 통계 '뼈 때렸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 대상의원. 유경준(국), 박홍근(민), 김영진(민), 추경호(국), 고용진(민), 장혜영(정), 류성걸(국), 우원식(민), 박형수(국), 김두관(민), 용혜인(기), 서일준(국), 김태년(민), 정운천(국), 정일영(민), 양경숙(민), 윤후덕(기획재정위원장), 이주열(한국은행 총재).
15일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는 한은 통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분석 질의가 보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별한 근거 없이 교조적 주장을 앞세웠던 일부의 '묻지마식 비판'과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초선·서울 강남병)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이자부담 증가액' 통계가 과소 추계됐다는 질의로 올해 처음으로 선두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유 의원이 한은의 이자부담 증가액 산식을 분석한 결과, 한은은 분자에 올해 상반기말 기준 '변동금리 적용대출잔액에 이자율을 곱한 값'을 적용했고 분모에는 변동금리 차주와 '고정금리' 차주를 합한 수치를 반영했다.
고정금리는 대출 만료일까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기준금리 변동으로 이자 부담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모에 변동금리 차주와 고정금리 차주를 모두 합한 값을 적용했고 분모가 불어나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이 적어졌다는 게 유 의원 지적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9월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인상되면 1인당 연간 이자부담 증가액이 271만원에서 286만원으로 15만원 정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또 0.5%p 인상해도 이자 부담액은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증가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 안정에 조금 도움 되겠으나 가계부채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분자에는 변동금리 대출 잔액을 적용하고 분모는 변동 및 고정 차주를 적용하면 의도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미스터 신박'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서울 중랑을)은 이날도 차별화된 질의로 시선을 끌었다. 박 의원은 "반드시 짚어야 할 5가지 문제가 있다"며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공정성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우선 박 의원은 시중은행들의 참여 기회가 사실상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10일과 14일 온라인 사업 설명회에서 CBDC 모의실험에 시중은행은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당시 한은 관계자는 너무 과열 양상을 보여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했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반면 그라운드X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자문단 수준을 넘어 지급과 결제 영역을 맡아 간접적인 개발기관으로 참여했다고 박 의원은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한은이 모의실험 제안요청서와 다른 구성 방식의 시스템을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CDBC 모의실험 연구 제안요청서'와 달리 그라운드X는 참가기관을 '직접 참기기관'과 '간접 참가기관'으로 나누고 핀테크 앱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뤄지도록 시스템 구성을 제안했고 한은은 이를 수용했다.
박 의원은 이같은 방식으로 CBDC가 개발되면 CBDC 지급과 결제 등은 그라운드X가 주도한 핀테크 앱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CBDC 경쟁 시장에서 카카오와 시중은행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진다는 우려다.
이 외에도 △검증되지 않은 '롤업'(Rollup) 기술이 평가·인정된 점 △한국은행 퇴직자가 그라운드X에 고용돼 이번 프로젝트에서 매니저,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직접 참여한 점 △사무 환경과 비상대책 평가의 적정성 등도 지적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경기 수원병)은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질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이날 마지막 질의에서 소비자물가지수에 이른바 '자가주거비'를 반영해야 한다고 이 총재에 집중 질의했다.
자가주거비는 자신의 소유 주택에 거주하며 얻는 주거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의미한다. 전·월세 비용은 물가에 반영되나 부동산 관련 대출이자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감가상각비 등이 물가 측정에 제외돼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간 괴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한은의 존립 목적인 물가 안정에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이 총재는 "자가주거비를 빼놓고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는 것은 안맞지 않느냐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이어 "사실상 가계소비지출 중에서 주거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라며 "그런 부담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자가주거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오래 검토하고 분석했다"며 "단지 실제 소비자물가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 질의에 감사 종료를 앞둔 국감장에서 한차례 더 보충 질의가 이뤄졌다. 유 의원이 재차 자가주거비의 통계 반영을 강조했고 이 총재는 "꽤 시간이 걸리지만 미루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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