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토론 '정면충돌'..윤석열 "격을 갖춰라", 홍준표 "이재명과 도덕성 피장파장"

유정인 기자 2021. 10. 15. 22: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인 중 ‘양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15일 일 대 일 토론으로 격돌했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과 가족의 도덕성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좀 격을 갖춰라”(윤 전 총장),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도덕성은 피장파장”(홍 의원)이라는 가시돋친 설전이 오갔다.

선두권을 추격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각종 정책 검증에 집중하는 와중에 서로 토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면충돌 ‘양강 대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이날 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맞수토론에서 맞붙었다. 앞선 경선 토론회들에서 두 후보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오롯이 두 사람만 마주보고 공방을 주고받는 자리는 처음이다.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홍 의원 등을 겨냥해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당 해체’를 언급한 데 대한 여진이 토론회로 이어졌다. 홍 의원이 “막 입당한 분이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꼬집었고, 윤 전 총장은 “치열하게 다음 선거를 대비를 못하면 없어지는 게 낫다는 얘기”라고 맞받았다.

일 대 일 토론 대부분은 윤 전 총장 도덕성 공방에 집중됐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 본인의 고발사주 연루 의혹과 부인·장모에 제기된 의혹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따져물으면, 윤 전 총장이 발끈하며 반박하는 식이었다.

홍 의원은 “본인 리스크, 부인 리스크, 장모 리스크 등 이렇게 많은 리스크를 가진 인물은 처음 봤다”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역사상 가장 도덕성 없는 후보라고 보는데 거기와 다를 바가 없다. 도덕성 문제에서 피장파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상대 진영 얘기로 도덕성을 말하면 안된다”고 맞받았다.

감정적으로 격앙된 모습도 노출됐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 장모가 연루된 사건을 언급하며 “도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윤 전 총장은 “도둑이라 하면 막말인 것”이라며 “저에 대해 인신공격할 거 다 하셨으니 대선주자답게 정책에 대해 말해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당을 26년 지키셨다고 하고, 중진이고, 지사도 했으면 좀 격을 갖추라”고 했다.

홍 의원은 “가장 도덕성 없는 이재명 지사를 후보로 만났으니 도덕성을 말하는 것”, “이재명을 상대하려면 깨끗한 사람이 나가야 한다”며 후보 검증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도덕성은 피장파장이고 정말 붙어야 할 것은 정책인데, 검사밖에 하지 않아 이 후보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지”를 따져묻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인신공격만 하고 이게 무슨 검증인가. 이걸 검증이라 하시면 대한민국의 국어가 오염되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둘은 일 대 일 토론 마무리까지 서로 거친 발언을 주고받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자신이 질문하는 순서에선 각종 정책에서 홍 의원의 ‘말바꾸기’를 꼬집었지만, 도덕성 설전에 묻혔다.

■은근한 신경전, ‘추격자 대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왼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15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양강에 앞서 일 대 일 토론을 벌인 원 전 지사와 유 전 의원은 전술핵 재배치와 부동산·복지 정책을 두고 공수를 주고받았다. 그간 수차례 진행된 토론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 공약 검증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두 사람 모두 선두권 추격을 노리는 만큼 중간중간 “지금은 (상대 후보) 주도권 토론 시간이 아니지 않느냐”며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도 나왔다.

4강 진출자 중 유일한 경제전문가임을 강조하는 유 전 의원과 제주도지사로 도정을 책임진 경험을 강조하는 원 전 지사는 각각 다양한 정책 공약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확인하면서 정책 토론을 벌였다. 원 전 지사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를 찬성하는 유 전 의원의 입장이 “비핵화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자, 유 전 의원은 “버튼을 누른다고 발사권을 미국 대통령만 가진다는 원 (전) 지사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유 전 의원의 공정소득과 ‘중부담·중복지 철학’, 원 전 지사의 ‘반반주택’ 부동산 공약 등이 화두에 올랐다. 정책 공약토론 중간중간 “공무원 연금 개혁 주도를 높이 평가한다”(원 전 지사), “투자중심 성장은 좋은 이야기다”(유 전 의원) 등 상대방을 띄우는 발언도 간간히 나왔다.

일 대 일 토론이었지만, 윤 전 총장이 주제에 오르면서 긴장감이 더해졌다.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 관련 입장을 원 전 지사에게 따져묻고, 원 전 지사는 즉답을 내놓지 않는 양상이 반복됐다. 유 전 의원이 법원이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하다고 전날 판결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원 전 지사는 “사법부 판결에 대해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특별한 견해를 표명하고 싶지 않다”고 즉답하지 않았다. 유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의 ‘당 해체’ 발언을 언급하면서 “정치인은 일주일이면 털린다고 했는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원 전 지사는 “저는 안 털려봐서 모르겠다”고 역시 즉답하지 않았다.

네 명의 대선주자들은 지역별 순회 합동토론회와 별도로 앞으로 두 차례 더 맞수토론으로 대결한다. 22일에는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 원 전 지사와 홍 의원이 맞붙는 2차 맞수토론을 벌인다. 29일 열리는 3차 맞수토론에선 원 전 지사와 윤 전 총장,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이 겨룬다.

국민의힘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각각 50% 비중으로 반영해 오는 5일 대통령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