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상의 '뒤늦은' 통화, 양국 관계 개선 노력 계속해야

한겨레 입력 2021. 10. 15. 22:16 수정 2021. 10. 1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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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오후 통화를 했다.

기시다 총리는 "엄중한 안보 상황 하에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국내 정치 문제 때문에 한-일 관계의 첫 단추를 이런 식으로 끼운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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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오후 통화를 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4일 취임한 이후 11일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 간의 첫 소통이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약 30분 동안의 통화에서 양국 간의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로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엄중한 안보 상황 하에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가 통화 뒤 기자들에게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송에 대해 한국 쪽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한국이 해법을 내놓으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중국, 인도, 영국 순서로 정상 통화를 한 뒤에야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 31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 자민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저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된 행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한다. 기시다 총리가 국내 정치 문제 때문에 한-일 관계의 첫 단추를 이런 식으로 끼운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를 둘러싸고 최악의 상태로 악화되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때문에 일본 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이 높은데도, 일본 정치인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한국에 대한 양보로 여기면서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도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 국민 여론도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은 한-일 관계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중 ‘신냉전’과 국제 질서의 대전환, 동아시아의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 속에서 두 나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정부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서로에 대한 우호적인 문화적 관심이 커졌다. 서두르지 않더라도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막고 해법을 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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