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한일 청구권협정 법적해석 차이..외교해법 찾아야"(종합)
"대북대화 빨리 재개해야..김정은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의지 높이 평가"
"일본 가장 가까운 이웃, 직접 만나길 기대"..대북외교·특별입국절차 등 논의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신임 총리에게 한일 간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인 강제징용 피해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것이 문제"라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이날 오후 6시40분부터 약 30분간 통화하며 이같이 말한 뒤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당국 간의 소통 가속화를 제안했다고 청와대가 박경미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은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 양국 입장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일본은 이 협정에 따라 배상 문제가 종결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 대법원은 이 협정이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시킨 것은 아니라며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일본 정상과의 통화에서 이 청구권협정 문제를 콕 집어 얘기한 것은 이례적으로, 신임 총리에게 한국과 일본이 처한 현실을 명확하게 설명하며 신속하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애초 문 대통령의 발언을 "열네 분"이라고 브리핑했으나 추후 "열세 분"으로 정정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한 뒤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그러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국 정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기시다 총리는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 이외에도 코로나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맞서 양국이 함께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희망이 있는 미래로 열기 위해서는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 국민들 간의 긴밀한 교류는 한일관계 발전의 기반이자 든든한 버팀목임을 강조하고, 특별입국 절차 재개 등 가능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 대응 및 한일 간 왕래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자주 소통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자, 기시다 총리는 "따뜻한 축하 말씀에 감사드린다. 엄중한 안보 상황에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이날은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 지 12일째로, 문 대통령이 스가 전 총리와는 취임 9일째에 첫 통화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이 사흘 늦어진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튿날인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시작으로 7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13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각각 통화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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