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기시다 총리 첫 통화서 위안부·강제징용 '평행선'

2021. 10. 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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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생존 할머니 열세 분, 시간 많지 않아"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첫 전화 통화에서 한일 갈등 현안을 두고 현격한 입장 차를 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납득'을 언급한 반면, 기시다 총리는 '한국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저녁 기시다 총리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면서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 노동자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면서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박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의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 관련 발언을 직접 소개하지 않고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자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송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첫 국회 연설에서도 "일관된 입장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한 바 있다.

일본은 강제 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으로,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보고 있다.

양국 정상은 그러나 북한 관련 대응에선 한·일 혹은 한·미·일 3국이 한층 협력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하면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하고, 동시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면서,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엄중한 안보 상황 하에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면서 "한일 양국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약 30분간 유선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자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양국 정상 간 허심탄회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현재로선 한일 정상회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면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문 대통령과 달리 정상 간 만남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도 소극적이었다.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진 이날은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 지 11일째 되는 날이다.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취임 9일째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중국이나 러시아, 영국보다도 늦은 이날로 통화 일정을 잡았다. 통화 일정도 후순위로 밀린 데 이어 내용에서도 호의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일 간 경색 국면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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