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강제징용·위안부 적극 대응하라" 文 "외교적으로 풀자"

정진우 기자, 황시영 기자 2021. 10. 1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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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저녁6시40분부터 30여분 첫 전화통화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AP자료사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를 갖고 일제 강점기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송에 관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선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자고 했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오후 6시40분부터 약 30분간 기시다 총리와 이같은 내용의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한일 관계가 징용 및 위안부 문제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직접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 강제 징용 문제 등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위안부 합의의 협상 당사자인 외무상이었다. 일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이들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양국 관계가 몇몇 현안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지를 갖고 서로 노력하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면서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하면서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기시다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 문제 관련 대응에서 한일, 한미일 3국이 한층 협력하기로 문 대통령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북한의 핵 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하면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국 정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협력할 것이라고 하였고, 기시다 총리는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동북아 지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문제 이외에도 코로나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맞서 양국이 함께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희망이 있는 미래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따뜻한 축하 말씀에 감사드린다. 엄중한 안보 상황 하에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국민들 간의 긴밀한 교류는 한일관계 발전의 기반이자 든든한 버팀목임을 강조하고, 특별입국절차 재개 등 가능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 양국간 인적 교류 활성화 재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 대응 및 한일 간 왕래 회복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특히 기시다 총리와 자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 정상 간 허심탄회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현재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 계획은 없다"고 보도했다.

한일 정상 간 접촉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대면인사를 나눈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한일 정상 간 통화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 4일 취임한 지 11일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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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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