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 숙종과 '감 덕후' 태종 [책과 삶]
[경향신문]
조선의 은밀한 취향
곽희원 외 11인 지음
인물과사상사 | 316쪽 | 1만7000원
조선시대 왕실 사람들도 ‘덕질’을 했다. 숙명공주와 그의 조카 숙종은 이름난 ‘고양이 집사’였다. 숙명공주의 아버지 효종은 딸이 결혼한 뒤에도 고양이를 끼고 산다는 소식에 이를 꾸짖는 편지를 보냈다. 숙종은 애묘에게 ‘금묘(金猫)’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금묘는 숙종과 겸상을 하고, 그의 곁에서 잠들었다. 숙종이 승하한 후 식음을 전폐하고 슬피 울던 금묘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숙종 곁에 묻혔다.
태종 이방원은 감을 좋아했다. 궁중에 감나무를 심고 감상했는데, 새가 감을 쪼아먹는 게 못마땅했다. 훗날 폐세자가 된 양녕대군이 새를 사냥했는데, 내내 세자를 못마땅해하던 태종이 이때만큼은 흐뭇해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종과 순종은 궁중에서 당구를 즐겼다. 순종은 창덕궁에 옥돌실(玉突室), 즉 당구장을 마련했다. 월·목요일을 옥돌 운동일로 정했는데, 두 요일 외에도 당구장을 빈번하게 드나들었다. 고종도 덕수궁에서 당구를 즐겼다. 저자는 “국권 피탈의 한과 적적함을 달래기 위한 취미이자 건강 회복을 위한 운동”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성종은 불꽃놀이 사랑이 남달랐다. 화약장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벌어지자 신하들은 불꽃놀이에 비용이 많이 드는 점, 단지 유희에 그치는 점을 들어 불꽃놀이를 그만둘 것을 아뢰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건의가 있었지만 성종은 무시했다. ‘소설 덕후’였던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 피부미용에 심취했던 사도세자의 친누나 화협옹주, 보드게임인 ‘쌍륙’에 빠져 죽어가는 아내를 방치한 세종의 매부 남휘의 모습도 담겨있다. 저자들은 왕실 사람들도 “소소한 감정과 욕구에 연연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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