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데 기쁘고, 기쁜데 슬픈 세상..내 눈물보다, 네 눈물을 묻다 [그림책]
[경향신문]

왜 우니?
소복이 글·그림
사계절출판사 | 116쪽 | 1만4500원
곧 울 것 같던 표지 속 아이는 책장을 펼치자 이내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다. 그러다 문득 무엇이라도 발견한 듯 뚜벅뚜벅 다음 장으로 걸어간다. 그보다도 훨씬 작은, 역시 울고 있는 아이가 그곳에 있다. “너는… 왜 우니?” 그렇게 시작된 질문은 멈출 줄 모르고, 상황도 감정도 다양한 스물다섯 가지 우는 사연들이 펼쳐진다.
이유는 다채롭다. “나 혼자도 신났었는데 나 혼자는 나뿐이어서” “딱 한 번만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고 싶어서” “이쪽에서 밀고 저쪽에서 미는데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지구 위에 서 있다는 게 아슬아슬해서” 등 갖가지 사연으로 울고 있는 남녀노소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괜히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슬퍼서가 아니라 안심이 돼 그렇다. 이들 곁에서 신나게 울고 나면 어쩐지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이다.

<왜 우니?>는 희로애락이 담긴 다양한 눈물의 이유들을 열거하며 담백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어른처럼 늠름하게 매운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막 떠오르는 태양이 전하는 위로에 감격해서, 하루하루가 덧없고 귀한 노인이라서…. 도무지 울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좋은데 밉고 슬픈데 기쁜 이 이상한 세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물론 유머도 놓치지 않았다. “누나는 왜 안 울어?” 변주된 질문 위로, 친구들 모두 우는 가운데 홀로 울지 못하는 여고생의 당황스러운 사연이 스쳐간다. 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말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아기와 고양이의 사연을 읽다보면, 타인의 울음에 한층 더 귀기울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정연한 칸 만화, 그리고 칸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구도의 그림이 뒤섞여 각양각색의 눈물 어린 사연들을 풍부하게 표현해냈다. 각 인물이 속한 공간은 독특하면서도 친숙하게 묘사됐다. 여고생들이 모인 패스트푸드점부터 아픈 엄마를 모신 병실, 온갖 간판들로 즐비한 학원가 등 일상의 공간들이 정겨운 그림체로 담겼다.
모두의 우는 사연이 펼쳐진 뒤, 주인공들은 줄지어 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준다. 입가에 미소를 드리운 채 다른 이의 눈가를 매만지는 이 진귀한 행렬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만화가이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인 소복이는 “길에서 운 적이 있는데, 창피하기보다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던 기억에서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울어도 괜찮다고, 따뜻하게 다독이는 책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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