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치료를 위해 다른 사람의 변을 몸속으로?..'알쓸신잡' 미생물의 세계 [책과 삶]

유경선 기자 2021. 10. 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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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온통, 미생물 세상입니다
김응빈 지음
연세대 대학출판문화원 | 242쪽 | 1만5000원

“미생물은 알고보면 미(味)생물이기도, 미(美)생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생물에 푹 빠져 살아왔다. “미생물 변호사를 자처”하게 됐다는 그가 미생물 세상의 매력을 소개한다.

미생물은 세균·고세균·진균·조류·원생동물·박테리아 6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적어도 36억년 전 지구상에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생물의 존재를 인류가 알아차린 건 5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온갖 종류의 미생물이 때로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명줄을 유지한다. 어떤 세균은 세포 상태로 연명이 불가능할 때 내생포자 형태로 변모해 살아남는다. 7500년 전 언 땅에 묻힌 포자, 2500만~4000만년 전 나무 수액 호박에 갇힌 벌의 창자 속 포자가 다시 살아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2001년 미국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탄저균이 하나의 예시다.

생물종 다양성만큼이나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종 다양성도 중요하다. 피부 건강과 안정성을 해치는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할수록 활개를 친다. 피부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지면 아토피, 건선, 여드름이 생긴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한 번 깨지면 복원이 어렵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의 변을 내시경으로 주입하는 방법이 쓰이기도 한다.

저자는 미생물 세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공생 네트워크’에 있다고 말한다. 숲에서는 곰팡이가 식물과 ‘균근’(균뿌리) 형태로 상생한다. 그런데 이 미시의 세계에도 지구온난화의 마수가 뻗치고 있다. 탄소를 땅속에 가둬두는 외생균근이 줄어들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내생균근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것.

세상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며, 모든 생명체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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