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녀 임금 격차'는여전히 당연해야 하나 [책과 삶]
[경향신문]
커리어 그리고 가정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김승진 옮김
생각의힘 | 488쪽 | 2만2000원
1930~1950년대 미국의 고용과 임금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 사실은 명백하다. “대출 업무는 여직원에게 적합하지 않다”라는 경영자의 말은 공공연했다. “노골적인 유형의 차별이 거의 없어지고, 성평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며, 전에 없이 많은 전문 직종이 여성에게 열려” 있는 지금도 남녀 임금 격차는 존재한다. 이 격차를 두고 남성 의사가 여성 간호사보다 더 버는 건 당연하다는 ‘직종 분리’라는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저자가 조사한 약 500개 직종에서 성별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 격차의 3분의 2는 직종 안의 요인들 때문이다. MBA를 취득한 첫해 여성은 남성 소득 1달러 대비 95센트를 벌었지만, 13년차 때는 64센트로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가정 내 ‘돌봄’ 문제가 크다. 전문직 여성은 커리어상의 중요한 도약이 판가름 나기 전에 아이를 낳게 되는데, 아이는 커리어를 갉아먹는다. 돌봄과 커리어는 양립하기 어렵다. 젊은 엄마들은 컨설팅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아이의 산수 공부도 챙겨야 한다. 상사와 고객에게 할애할 시간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남성은 야근과 뇌를 풀 가동하지만 임금이 높은 ‘탐욕스러운 일’을 맡고, 여성은 돌봄 노동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유연한 일’을 택하게 된다. 여기엔 성별 역할 규범도 작용한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커리어를 희생하고 가정 일에 집중하기로 하는 쪽은 대체로 여성이다.
미국 하버드대 여성 최초로 종신 교수에 오른 저자는 “유연한 일자리가 더 많아지고 더 생산적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부모를 비롯해 돌봄 제공자들이 경제의 더 생산적인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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