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드러난 군 성희롱..은폐한 지휘관만 행복했다
[경향신문]
육군 부사관 간 발생…지휘관들, 보고받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아
피해자는 가해자 ‘사적 제재’해 처벌…말리던 동료들도 ‘2차 가해’ 멍에
군, 은폐 책임자들에겐 경고만…해당 대대장은 ‘모범 군인’ 표창 받기도
육군 1군단 예하부대에서 부사관 간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부대 지휘관(대대장)이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중사는 지난 4월 동기인 B중사와 전화 통화를 하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 B중사는 이런 사실을 직속 상관(상사)에게 알렸고, 사건은 주임원사를 거쳐 대대장(중령)에게 보고됐다. 보고까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을 보고받은 대대장은 여단 참모장 등 윗선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고 군 수사기관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여단 참모장은 대대장이 아닌 부대 양성평등상담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여단 참모장 역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대장은 피해자인 B중사의 요구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부대 내에서 분리조치하고 오는 12월 A중사를 타 부대로 전출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면서 대대장은 주임원사에게 ‘(사건에 대해) 입단속하라’는 뜻을 전했다.
사건 발생 3주가 지난 뒤 B중사는 A중사에게 ‘무릎을 꿇으라’며 별도의 사과를 요구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A중사는 영내에서 무릎을 꿇었고, 이 모습을 본 직속 상관(상사)이 ‘병사들이 보는 곳에서 무슨 짓이냐’며 제지하다 B중사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상사와 주임원사 등 상관들은 B중사의 행위가 사적 제재 등 군 기강을 흐트러트리는 것으로 판단해 B중사에게 주의를 줬다. 군인복무 기본법 제26조는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폭언, 가혹행위 및 집단따돌림 등 사적 제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던 성희롱 사건은 지난 5월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군이 성 비위 관련 전군 전수조사 과정에서 성희롱 사건이 감찰과 여단에 알려졌다. 지난 6월22일부터 A중사와 B중사의 직속 상관 등 부사관 3명은 감찰 조사 과정 없이 헌병대 조사를 받았다.
A중사는 징계위원회에서 지난 9월 정직 1개월과 타 부대 전출 처분을 받았다. 직속 상관인 상사와 주임원사 등 부사관 3명에게는 2차 가해를 했다는 이유로 서면 경고와 타 부대 전출 처분이 내려졌다.
A중사는 징계 처분에 대해 항고하고 B중사를 사적 제재, 모욕, 강요 등 혐의로 15일 고소했다. 2차 가해자로 몰려 불이익 조치를 받은 부사관 3명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절차대로 보고했고 사적 제재 등 부당 행위를 제지했을 뿐 2차 가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군의 생리에 따라 지휘관의 사건 은폐 책임을 떠안게 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B중사를 현장에서 제지한 상관은 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 등에 불이익 조치를 원상회복시켜달라는 진정을 제기한 데 이어 인사 소청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부대원들로부터 사건을 은폐한 책임자로 지목된 대대장과 여단 참모장은 구두 경고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대장은 지난 1일 제73주년 국군의날에 모범적인 군생활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해당 부대 측은 “지난 8월 인권위원회로부터 관련 사안을 통보받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향후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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