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장 기각에 뒷북 압수수색, 검찰 수사 의지 믿어도 되나

입력 2021. 10. 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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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경기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성남시청 도시계획과 사무실 책상 위에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 서류들이 쌓여 있다. 김기남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4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씨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김씨를 소환 조사한 뒤 전격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녹취록 외 다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기각으로 이어졌다.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김씨에 대해 1100억원 배임, 750억원 뇌물, 55억원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금액은 천문학적이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영장 청구서에는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 중)에게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을 건넸다고 적었다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선 ‘현금 5억원’으로 바꾸는 일까지 벌어졌다. 앞서 검찰은 김씨 조사 과정에서 정씨의 녹음파일을 들려주지 않아 방어권 침해라는 반발을 샀다.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서 수뢰자로 지목된 곽상도 의원조차 조사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구멍이 숭숭 뚫린 수사였던 셈이다.

검찰은 영장 기각 다음날에야 대장동 사업 인허가를 담당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뒷북도 한참 뒷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넘은 만큼 상당한 증거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경찰과의 중복수사·엇박자 논란도 보태지고 있다. 경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는 A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사이, 검찰이 A씨 집 압수수색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경찰은 ‘수사 가로채기’라며 불만스러워하는 기류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사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성과를 보여야 한다. 수천억원의 돈이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민간업자의 배를 불렸는지, 또 다른 누구에게 흘러들어갔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조기에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특별검사 도입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장이 기각된 후 수사팀이 밝힌 각오대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만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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