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잠자는 동전'을 깨워라
[경향신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표적 사례가 10원짜리 동전(주화)이다. 한 개를 만드는 데 20~30원이 필요하다. 50·100·500원짜리의 원가는 10~20원이 더 든다. 지폐의 경우엔 특수 홀로그램이 부착되는 5만원권 원가가 가장 높은데 200원대로 알려져 있다. 각 화폐의 제조원가는 비밀이다. 한국의 화폐제조 기술은 세계적으로 우수해 수출도 하는데, 원가를 공개할 경우 해외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15일 국민 1인당 동전 보유량(발행잔량)이 454개(9월 기준)라는 통계자료를 내놨다.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집 안 곳곳에 방치돼 ‘잠자는 동전’들이다. 4인 가족으로 보면 한 집에 잠든 동전이 1800여개에 이르는 셈이다. ‘잠자는 동전’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신용카드와 모바일 기기 등 결제수단의 변화로 현금 사용이 줄면서 동전 활용도가 낮아져서다. 그런데 동전이 활발하게 돌아다니지 않고 잠자는 것은 후유증을 낳는다. 유통되지 않다보니 한국은행과 조폐공사는 해마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새 동전을 만들어야 한다. 동전의 쓰임새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거스름돈 사용 등의 용도로 수요가 있어서다. 엄청난 양의 방치된 동전이 있음에도 지난해 새 동전 제조비만 181억9000만원이다. 특히 10원짜리의 경우 지난해에 12억3100만원을 발행했는데 돌아온 것은 2억3700만원으로 환수율이 19.2%에 불과했다. 환수율이 낮을수록 새 동전의 제조량을 늘려야 한다.
새 화폐를 덜 만들려면 화폐의 깨끗한 사용도 중요하다. 관리 잘못 등으로 손상돼 폐기된 화폐가 지난해에만 지폐 6억여장, 동전 3400만개에 이른다. 소각비용만 1억4000여만원이다. 새로운 화폐 제조를 위한 직접비용도 문제지만 폐기될 화폐의 판별과 수거·운반 등 갖가지 간접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제 책상 서랍, 돼지저금통 등 집 안 곳곳에서 잠자고 있는 동전들을 깨우는 게 좋겠다. 한데 모아 가까운 금융기관을 찾아 저축하든지 더 쓰임새 높은 지폐로 바꾸자. 부수입을 챙기는 일이자 막대한 새 화폐 제조비용 절감으로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금융기관 직원들도 동전들을 귀찮아 하지 말고 반갑게 맞아주기를….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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