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터진다! '멋진 언니'의 액션과 서사

한겨레 2021. 10. 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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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원 톱의 코믹 액션물 <원 더 우먼> 이 최고시청률 15%를 찍으며 순항중이다.

<원 더 우먼> 은 강한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적 희구를 담뿍 담은 드라마다.

나대지 않고 조연주의 심중을 헤아려 그를 돕는다 . 남편 한성운(송원석)은 강하게 변모한 아내를 보고 사랑에 빠져 애정을 갈구한다.

한성혜는 남동생보다 실력이 출중한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세간의 박한 평가에 시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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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새로고침]

여성 원 톱의 코믹 액션물 <원 더 우먼>이 최고시청률 15%를 찍으며 순항중이다. 제목부터 찰떡이다. 여성 임파워먼트의 상징인 여성영웅 캐릭터를 환기시키지만, 자세히 보면 ‘ One the woman’ 이다 . 이하늬가 펼치는 1 인 2 역의 원맨쇼에 딱 붙는 제목 아닌가 . < 원 더 우먼 > 은 < 극한직업 > 과 < 열혈사제 > 속 이하늬 캐릭터를 확대재생산하여 만들어낸 걸출한 여성 히어로물이다 . 히어로는 아니라고 ? 돈 , 권력 , 지능 , 용기 , 정의감 , 체력 , 식욕 , 성욕 등이 모두 충만한 여성을 그럼 뭐라 불러야 할까 . 요즘 대세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 극강의 멋진 언니 ’ 쯤으로 해두자 .

조연주(이하늬)는 자신을 ‘권력의 미어캣’이라 일컫는 서울중앙지검 에이스 검사다. 인지수사 도중 자신과 꼭 닮은 재벌가 며느리를 보는 순간,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는다. 깨어나 보니 재벌가 며느리 강미나로 오인 받게 된다. 참으로 뻔한 클리셰의 향연이다. 비리 검사, 재벌가, 도플갱어, 기억 상실 등. 그런데 이런 황당한 설정의 문턱을 살짝 넘어가면 이후 펼쳐지는 상황이 꽤나 신선하고 촘촘하다.

흔히 두 인물의 운명이 뒤바뀌는 상황극에서 두 인물의 처지는 전형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다. 즉 검사와 재벌가 며느리의 차이를 대조시키는데 몰두하여, 각인물의 상황은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원 더 우먼>은 검사와 재벌가 며느리가 처한 각각의 상황이 요상하게 균열되어 있다. 요컨대 A와 B의 두 캐릭터를 대립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A1와 A2, B1과 B2의 충돌과 상호침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조연주는 잘나가는 비리 검사인 동시에 , 조폭의 후계자이자 전직 조폭인 삼촌들을 활용해 나름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이다 . 즉 A 안에 검사와 조폭이 공존하고 , 비리와 정의가 일반 상식과 다르게 꼬여있다 . 한편 강미나는 재벌가 며느리지만 시댁과 친정에서 구박을 당하는 순종적인 여성이자 , 집안 식구들의 약점을 모아 탈출을 모색하는 의뭉스러운 인물이다 . 때마침 친정 가족이 몰살을 당해 , 기업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천운을 맞는다 . 조연주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갑자기 강미나의 자리에 들어와 자신의 이면과 강미나의 이면을 탐색하고 추적한다 . 자신이 검사인지 , 조폭인지 , 검사를 사칭하는 사기꾼인지 추리하고 , 강미나가 가족의 냉대 속에서 무슨 꿍꿍이를 획책했는지 탐문하면서 , 갑자기 들이닥친 재벌 총수가 되는 기회도 움켜쥔다 . 존재가 반쯤 들켜버린 상황에선 자신을 죽이려는 재벌가의 암투에 맞서며 , 한발 앞서서 자신의 비밀들을 알아내고 상대방을 따돌리며 승리를 거머쥔다 .

그는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거나 무기력해지는 여자 주인공이 아니다. 누구보다 영민하고 강단 있게 상황을 주도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는 권력에 줄 선 비리 검사이지만, 권력을 통해 알아내고픈 것이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을 위해 악해진 것’이라고 합리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슈레딩거의 인간’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악한 건지 선한 것인지는 마지막에 가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겸허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 인간은 본래 다면적이고 복잡한 존재라고 전제하면서 , 돈 , 권력 , 식욕 , 성욕 등을 숨김없이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태도가 오히려 건강하게 느껴진다 . 그리고 그것이 여성 캐릭터를 통해 구현된다니 , 무척 고무적이다 .

<원 더 우먼>은 강한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적 희구를 담뿍 담은 드라마다. 이는 그를 둘러싼 남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한승욱(이상윤)은 강미나와 추억을 지닌 자로, 진짜 강미나가 아님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다. 그는 강미나가 재벌 총수 자리에 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캔디렐라와 실장님’ 같은 관계가 결코 아니다. 상황을 돌파하는 힘은 언제나 조연주에게서 나온다. 그는 조연주의 기개에 매료되고, 자신을 강아지와 동일시하며 조연주의 손길을 받고자한다. 안유준(이원근)은 조연주를 누나처럼 따르는 귀여운 연하 검사이다. 나대지 않고 조연주의 심중을 헤아려 그를 돕는다 . 남편 한성운(송원석)은 강하게 변모한 아내를 보고 사랑에 빠져 애정을 갈구한다. 셋 다 귀엽다

한편 여성들끼리는 경영권을 두고 경쟁한다. 강미나가 경영권 문제로 대립하는 인물은 한성혜(진서연)와 고모님이다. 드라마는 부유층 여성도 예외 없이 성차별을 겪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성혜는 남동생보다 실력이 출중한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세간의 박한 평가에 시달려야 한다. 강미나는 재벌가 며느리임에도 ‘시월드’에서 독박 가사와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조연주 검사 역시 굵직한 사건에서 배제된 채 가정폭력, 성폭력 사건만 맡는 ‘호구3’이 되어야 했다.

이처럼 성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여자들은 자기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드라마는 어느 여성도 소모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김이사(예수정)는 누구의 편도 아니면서 자기 원칙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 그는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에 등장한 ‘늙은 하녀(윤여정)’와 다른 길을 간다. 드라마 <에서 인간의 자존감에 대해 일갈하던 조선족 아주머니가 연상될 정도로 인상적이다. 드라마는 하물며 내연녀(박정화)조차 허투루 그리지 않는다. 그가 “잠은 집에 가서 자게 한다”며 원칙을 운운할 땐 뻔뻔해보였지만, 그의 원칙론은 진심이었다 . 한성운의 헤어지자는 말에 , 그는 “ 나를 어디 남자 덕이나 보려는 여자로 후려치느냐 ” 며 스스로를 징벌한다 . 김이사도 내연녀도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도덕적 주체인 것이다 .

조연주는 돈과 권력을 쥔 채 욕망과 도덕을 넘나들며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고 , 강미나는 재벌 시댁 따위 엿이나 먹으라며 돈을 들고 외국으로 튀었다 .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발에 이하늬의 건강미 넘치는 액션도 모자라 , 이토록 속 시원한 여성 서사라니 ! 실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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