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리의 잇(IT)트렌드] '오징어 게임' 돌풍, 경쟁자도 극찬한 넷플릭스의 전략

권택경 입력 2021. 10. 15. 18:27 수정 2021. 10. 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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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전국 직장인, 그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 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 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 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요즘 오징어 게임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라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언급했다며?

맞습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트위터에 오징어 게임이 언급된 기사를 공유하면서 넷플릭스 얘기를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쉽지 않은 국제화 전략을 잘 해내고 있다고요. '그냥 별 생각없이 공유한 거 아니야?'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 창업자잖아요. 아마존도 넷플릭스처럼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자체 OTT(Over The Top, 온라인 콘텐츠 제공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경쟁사의 콘텐츠를 언급하면서 극찬한 건데, 흔한 일은 아니죠. 경쟁사 콘텐츠지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오징어 게임 열풍은 전 세계적입니다.

오징어 게임 (출처=넷플릭스)

2.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구체적인 시청률이나 조회 수를 모두 공개하진 않고 순위만 집계해 공개하고 있는데요.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사상 처음으로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작품이 됐습니다. 넷플릭스가 순위를 집계하는 모든 국가에서 적어도 1번씩은 1위를 찍은 거죠.

사실 마지막까지 인도에서는 1위를 못 하고 있었는데, 지난 1일 마침내 인도에서도 1위에 올랐습니다. 원래 인도는 발리우드처럼 개성이 강한 자국 문화가 강세라 다른 나라 콘텐츠가 1위 하기가 쉽지 않은 걸로 알려졌는데 여기서도 오징어 게임이 결국 1위를 해냈어요.

전 세계 OTT 콘텐츠 인기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 패트롤' 웹 사이트의 넷플릭스 쇼 인기 순위 (출처=플릭스 패트롤 캡처)

넷플릭스가 밝힌 바로는 전 세계 1억 1,100만 개의 계정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합니다. 현재 넷플릭스의 총 구독자 수가 2억 900만 명이니,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는 얘기죠. 이전 최고 기록은 미국의 '브리저튼'이라는 작품인데 총 8,200만여 개의 계정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시청자 수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요. 지난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미국 내 방송, 케이블 쇼 40개 시청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3. 작품이 흥행했으니 관련 상품도 많이 나오겠지?

맞습니다. 넷플릭스는 공식 쇼핑몰인 '넷플릭스 숍',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와 함께 운영하는 ‘넷플릭스 허브’라는 온라인 매장에서 자체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오징어 게임 공식 굿즈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나왔던 소품이나 의상 등 비공식 굿즈는 이미 여러 경로로 제작돼 판매되고 있기도 하고요. 전 세계 소셜 미디어에서 패러디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숍에서 판매 중인 오징어 게임 굿즈 (출처=넷플릭스)

지난 2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드라마 속 장면을 재현할 수 있는 오징어 게임 체험관도 열렸는데요.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인파가 몰려서 주먹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연 배우인 이정재, 박혜수, 정호현, 위하준 씨는 지난 6일 미국 인기 토크쇼인 ‘지미 펠런쇼’에도 출연했다고 해요. 이전에도 빌보드 차트를 휩쓰는 방탄소년단(BTS)이나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출연한 적은 있었는데, 오징어 게임도 그에 못지않은 위업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4.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에 얼마나 투자 한 거야?

액수부터 말씀드리면 제작비가 총 200억 원입니다. 200억 원이면 우리나라 드라마로서는 상당히 큰 제작비입니다. 9회까지니깐 회당 약 22억 원이거든요. 이 정도면 국내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많은 제작비는 아니에요. 지금 넷플릭스로 나오고 있는 다른 드라마들은 회당 평균 100억 원 정도 들어가거든요.

‘기묘한 이야기’가 회당 140억 원, ‘더 크라운’은 회당 154억 원 정도고요. 오징어 게임은 전체 회차가 200억 원이니깐 더 크라운 1.5회 만들 돈으로 오징어 게임 전체를 만든 거죠. 오징어 게임 이전에 넷플릭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킹덤’도 회당 제작비가 20억 원이었고 ‘스위트 홈’도 회당 30억 원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 콘텐츠가 투자 효율이 좋은 셈입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아주 좋을 수밖에 없죠.

넷플릭스에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킹덤'과 '스위트 홈' (출처=넷플릭스)

5. 이 정도 흥행이면 넷플릭스나 제작사도 돈을 많이 벌었겠네?

우선 오징어 게임 흥행과 동시에 넷플릭스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수익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징어 게임 공개 3주 만에 직전 대비 시가 총액이 28조 원 이상 상승했거든요. 제작비 200억 원을 써서 28조 원을 벌었단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그런데 국내 제작사가 받는 인센티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넷플릭스는 계약을 맺을 때 수익에서 일정 비율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 제작비에 10~20%를 더 얹은 고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맺거든요. 예를 들어서 제작비가 200억 원이면 여기에 10%를 더한 220억 원을 주고 끝내는 겁니다. 대신 작품에 대한 판권을 다 가져갑니다. 추가 개런티나 이를 활용한 상품 제작, 디자인 등으로 발생하는 수익 모두 다 넷플릭스가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출판 업계의 매절 계약처럼 한 번 돈을 주고 끝내는 것이죠.

오징어 게임 촬영 현장 (출처=넷플릭스)

6. 아니 대체 왜 이렇게 계약이 진행되는 거야?

물론, 불공정한 계약이란 생각에 화가 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오징어 게임이 한국 콘텐츠 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기록했지만, 돈에 관해서는 남의 집 잔치가 됐으니깐요. 그런데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은 이런 계약 구조를 알고도 넷플릭스에 먼저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오징어 게임 2009년 완성하고도 투자자들 외면으로 빛을 못 보고 있던 각본입니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흥행 실패 리스크를 안고 과감히 투자한 거죠.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작품인 셈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워낙 흥행했기에 ‘저 수익에서 일부라도 나눠 받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얘기이기도 합니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만약 오징어게임이 흥행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보통 영화나 드라마 제작 구조에서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면 제작사도 타격을 입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100% 사전 투자로 제작비를 전액 지급합니다. 흥행에 실패해도 부담은 넷플릭스만 집니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대한 참견은 일절 없습니다. 형식이나 수위, 길이에 관한 제약도 없고요. 창작자로서는 전적으로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거죠.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장점으로 느낄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7. 오징어 게임이 흥행했으니, 앞으로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겠네?

넷플릭스는 이미 올해에만 우리나라 콘텐츠에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파주나 연천에 이미 스튜디오도 임대했고요. 약 4,800평 규모입니다.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에 2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으니 그중 약 20분의 1을 한국에서 쓰겠다는 겁니다.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으니 말씀대로 앞으로는 투자를 더 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더 많은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작품 제작을 하려고 할 거고요.

넷플릭스가 임대한 'YCDSMC 스튜디오 139'(위)와 '삼성 스튜디오'(아래) (출처=넷플릭스)

다만 자칫 잘못하면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종속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말씀드린 대로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을 만들면 제작비 걱정이나 흥행 실패 부담은 없지만 정작 중요한 지식 재산권은 넷플릭스가 가져가니깐요. 우리는 아이디어만 내주고, 수익이나 중요한 권리는 결국 넷플릭스가 다 가져가는 판이 짜진다는 거죠.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거대 플랫폼과 제작사가 공생하기 위해 어떤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네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 장을 발표했다.

정리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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