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구속 vs 김만배 기각..운명 가른 3가지

박윤예 2021. 10. 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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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미흡한 조사·조사태도
검증 제대로 안된 녹취록 의존
계좌추적·핵심증인 조사 소홀
한번 조사후 서둘러 영장 청구
金, 유동규와 달리 성실히 응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15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4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 위기를 피하면서 지난 3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배경이 주목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한 지 3시간30분 만에 검찰이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하면서 시간에 쫓겨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김씨를 소환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15일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로 유 전 본부장이 먼저 구속된 만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 역시 구속될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랐을까.

먼저 김씨의 구속영장에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녹취록 내용이 주요 증거로 적시됐다는 게 특징이다.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700억원을 주고받기로 했다는 부분을 뇌물공여 약속으로 범죄 사실에 넣었다. '700억원 약정설'은 '정영학 녹취록' 외에 정민용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최측근) 자술서에서도 확인됐지만 아직까지 이를 뒷받침할 자금 흐름은 포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녹취록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고 유 전 본부장에게 현금으로 전달된 것으로 포착된 '8억원 뇌물'만 명시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여긴 녹취록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 셈이다. 법조계 인사는 "아무리 당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일지라도 사람의 말이 담긴 녹취록 자체는 증거 능력이 약한 편"이라며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처럼 밝혀진 사실만 기재했어야 하는데 검찰이 무리했다"고 말했다. 이는 법원이 '소명 불충분'을 기각 사유로 든 점에서도 확인된다. 검찰이 녹취록 외에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검찰은 구속심사 법정에서 녹취 파일을 틀려 했지만 변호인 측이 "증거 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파일"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도 이를 받아들였다.

둘째 김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미흡한 점도 지적된다. 유 전 본부장은 체포 후 48시간 가까이 조사가 진행된 다음 영장이 청구됐지만 김씨 조사는 한 차례에 14시간이 걸렸다. 검찰이 김씨에게 녹취록을 보여주지 않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화천대유가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50억원을 곽 의원 조사 없이 김씨 영장에 뇌물로 기재했다.

세 번째 배경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조사받는 태도가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김씨는 검찰과 경찰 소환에 바로 응했고 조사에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 전 본부장은 소환에 불응하다가 지난 1일 응급실에서 긴급 체포됐다. 그는 압수수색을 대비해 오피스텔로 급히 이사했고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져 증거 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법원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유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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