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위해 잡은 겨울 잉어 '孝'글자에 담아
유교 덕목 '효제충신예의염치'
한자 의미 살린 그림과 조화
조선시대 '문자도' 11점 전시
서울 현대화랑 전시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는 그림과 한자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유교 덕목인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를 그린 독특한 문자도가 펼쳐져 있다.
그런데 왜 한자와 그림을 결합시켰을까.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안현정은 "한자를 모르는 문맹이라도 유교 덕목을 익힐 수 있도록 문자도를 그렸다"며 "초창기에는 한자 의미와 윤리성을 강조했지만 점차 장식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그림은 한자의 획에 멋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형제간이나 장유(長幼) 우애를 뜻하는 한자 제(悌) 위에는 새 두 마리가 마음 심 변의 점을 대신한다. 시경 '소아'편에서 '할미새가 무색할 만큼 형제가 서로 가까이 돕네' 구절을 녹였다.
한자 충(忠)은 대나무, 용, 잉어, 대합, 새우와 조화를 이룬다. 충은 충절과 화합을 상징하기에 화합할 화(和)와 발음이 유사한 새우 하(鰕), 합할 합(合)과 발음이 비슷한 대합 합(蛤)을 활용했다. 한자 신(信)에는 중국 전설 속 여신 서왕모의 파랑새 청조와 백년해로의 상징인 기러기가 등장한다. 신들의 정령인 새들은 천상과 지상을 매개하는 존재이자 상서로운 일을 전달하며 신뢰를 주는 존재다.
한자 예(禮)는 절도를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거북이로 묘사된다. 천년 이상을 사는 거북이는 길흉을 알며 삼덕(三德)의 근원이라고 했다.
한자 의(義)는 수많은 변화에 대처하고 바로 서는 마땅함을 의미한다. 상서로운 징후를 상징하는 정경이(물수리), 연꽃, 복숭아나무가 정갈하게 글자와 어우러진다.
한자 염(廉)은 청렴하고 깨끗한 마음을 상징한다. 청렴의 상징인 봉황의 날카로운 발톱이 염자를 살며시 누르면서 화려한 깃털을 강조한다.
한자 치(恥)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글자 안에 비석 같은 충절비가 있고 매화꽃과 달이 장식한다.
문자도는 선조들의 염원이 담긴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복(福)자와 수(壽)자를 번갈아 100번을 반복해 구성한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는 오래 살고 복을 누리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았다. 대부분 문자도가 제작연도와 작자를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은 '갑오춘서(1894년), 조선 의주에 사는 장인선'으로 정확하게 명시돼 있다.
한국화 거장 김기창과 꽃 화가 김종학이 소장했던 19세기 후반 8폭 병풍 문자도는 화려하다. 모란, 연꽃, 국화, 매화, 해당화 등이 한자 안에 녹아 들어갔다. 이번 전시는 제주도 자연과 토속 문화가 반영된 '제주문자도' 등 조선시대 문자도 11점과 이를 재해석한 현대미술가 박방영, 손동현, 신제현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31일까지. 관람료는 3000원.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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