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최초로 '앱'에 노조 교섭 요구 사실 공고
[경향신문]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기로 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에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왔다는 공고문을 플랫폼 기업 최초로 해당 플랫폼(앱)에 게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조의 1년여간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교섭에 임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4일 카카오T 대리기사용 앱 공지사항에 ‘교섭 요구 사실 공고문’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때 사용자가 그러한 사실을 사업장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 결정을 위한 교섭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교섭을 요구한 노조 이외의 다른 노조가 교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취지다.
통상 공고문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이나 회사의 사업장 벽면에 부착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고정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장소나 사업장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온전히 앱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이를테면 ‘배달 라이더’는 각자의 지역에서 일을 시작하기 위한 계약부터 배달 건 접수 등 업무를 앱을 통해 진행한다. 또 배달 업무에 필요한 안전교육 동영상 등 회사의 각종 공지사항도 앱을 통해 확인한다. 플랫폼 기업의 본사 건물에만 공고문을 부착한다면 노동자가 볼 수 없는 것이다.
앞서 노사교섭을 진행한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배민)의 경우에도 노조 측은 앱에 교섭과 관련된 공고문을 게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쿠팡이츠와 배민은 앱에는 게시하지 않고 본사와 지역의 센터 등에만 공고문을 게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조치는 앱을 통해 모든 대리기사가 공고문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앱에 공고문을 올린 것은 전체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현재 진행되는 교섭을 알리고, 기사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기사들의 권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노조를 교섭 상대방으로 인정하기까지는 1년도 넘게 걸렸다. 지난해 8월 대리운전노조가 교섭을 요구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가 ‘대리운전 중개 플랫폼’일 뿐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하지 않고 버텼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조 손을 들어줬는데도 카카오모빌리티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에 대리운전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재 끝에 지난 7일에야 양쪽은 단체교섭을 하기로 합의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중노위 판단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교섭 요구 사실 공고를 더디게 하고 행정법원 소송까지 질질 끌었던 것 자체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리운전노조는 이번 교섭을 통해 기사가 월 2만2000원을 내면 호출을 우선 노출시켜 주는 프로서비스 폐지와 배차시스템(알고리즘)의 투명한 운영, 대리운전 기사의 생계와 복지·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노조법에 따라 홈페이지, 회사 등에 공고를 하는 것도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앱에 공고문을 게시한 것은 노조와 진정성을 가지고 상생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들·이혜리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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