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 Go!..여행하는 인류, 이젠 우주 대항해 시대 [Science]

송경은 2021. 10.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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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커크 선장'도 90세에 날았다..민간 우주여행 활짝
"세계 모든 사람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다. 지금의 이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인류의 우주 탐험을 다룬 영화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 선장 역을 맡았던 할리우드 배우 윌리엄 샤트너는 지난 13일(현지시간) 90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10여 분간의 실제 우주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비로소 진짜 우주인이 된 샤트너는 감정에 복받친 눈물을 흘리며 "인생에서 가장 심오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샤트너는 이날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초청으로 베이조스가 설립한 미국 우주개발회사인 블루오리진의 관광용 재사용 로켓 '뉴 셰퍼드'에 무료로 탑승해 우주로 향했다. 이로써 만 90세의 샤트너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나이로 우주에 다녀온 사람이 됐다. 그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떠올리며 "지구를 감싼 은빛 대기권이 피부보다도 얇게 느껴졌다"며 "우주에 비하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높은 반사율을 가진 황산 구름으로 뒤덮인 지구 대기권의 상층부는 많은 양의 태양빛을 반사해 깜깜한 우주에서 보면 마치 표면에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 띠를 두른 것처럼 보인다. 지구 중력에 붙잡혀 있는 대기의 밀도는 고도 100㎞를 기점으로 급격히 낮아지는데, 이를 지구와 우주를 가르는 '카르만 라인(지구 대기권 경계선)'이라고 한다. 샤트너가 본 것도 바로 이 카르만 라인이다.

뉴 셰퍼드의 유인 우주캡슐은 발사 후 발사체와 분리된 뒤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을 넘어섰다가 약 10분간 자유낙하하며 지구로 귀환하는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탑승객들은 약 3분 동안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 상태를 체험하게 된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 근처에서 무중력 상태를 잠시 체험하며 우주 공간과 지구를 조망하고 오는 준궤도 관광이다.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는 우주캡슐을 던지듯 분리한 후 그대로 지상으로 돌아와 수직 착륙하고, 우주캡슐은 낙하산을 이용해 착륙하는 방식이다.

샤트너를 포함해 총 4명의 민간인이 참여한 이번 우주 비행은 지난 7월 20일 베이조스가 직접 일반 고객과 함께 첫 비행에 나선 데 이은 뉴 셰퍼드의 두 번째 유인 임무였다. 첫 비행 3개월 만에 두 번째 비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블루오리진은 향후 본격적인 우주관광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뉴 셰퍼드는 올해 한 차례 더 우주관광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뉴 셰퍼드 티켓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경매에서 장당 2800만달러(약 33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처럼 올해 들어 민간 우주회사들이 유인(有人) 우주 비행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과거 소설이나 영화 속 상상에 불과했던 우주관광 시대가 현실이 됐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지 꼭 60년 만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이 앞다퉈 우주로 나가던 과거가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였다면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한 지금은 '뉴 스페이스' 시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민간 우주선을 타고 가장 먼저 우주로 향한 사람은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다. 그는 지난 7월 8일 버진갤럭틱의 관광용 민간 우주왕복선 'VSS 유니티'의 시범 비행을 위해 전문 조종사들과 직접 탑승해 고도 88㎞까지 올라갔다 지구로 귀환했다. 이전에도 과학자 같은 민간인이 실험 등을 위해 우주에 나간 적은 있었지만 민간 우주선을 타고 간 것은 브랜슨 회장이 최초였다.

역시 준궤도 관광용인 VSS 유니티는 지상에서 수직 발사되지 않고 'VMS 이브'라는 모체 비행기에 탑재된 채 고도 약 14㎞ 지점까지 올라간 뒤 우주로 발사되는 방식이다. 마치 공중에서 미사일을 투하하는 것과 비슷하다. 모체와 분리된 VSS 유니티는 공중에서 로켓 엔진을 가동한 뒤 최고 고도에 도달한 후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 이런 방식은 육지를 박차고 한 번에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는 것보다 연료 소모가 적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미국 테슬라 창립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민간인 4명을 태우고 발사돼 성공적으로 우주 비행을 마쳤다. 크루 드래건은 관광 임무인 '인스퍼레이션4'를 통해 3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높은 고도 575㎞의 지구 저궤도를 따라 90분마다 지구 한 바퀴를 돌며 비행하다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우주선이 카르만 라인을 훨씬 벗어난 우주 공간에서 전문 비행사 없이 안정적으로 비행하고 관광객이 먹고 자는 등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블루오리진이나 버진갤럭틱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앞섰다는 평가다. 다만 우주 체류 시간이 긴 만큼 비용이 더 많이 들고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우주인 훈련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민간 우주여행이 가능해진 것은 천문학적이었던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준 재사용 로켓 덕분이다. 스페이스X가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리는 데 쓰이는 재사용 로켓 '팰컨9'은 초기 발사 비용이 6200만달러, 발사 후 회수해 재사용할 경우 발사 비용이 5000만달러로 기존 소모성 로켓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또 1단만 재사용 가능한 팰컨9과 달리 로켓 전체를 재사용할 수 있는 스페이스X의 초대형 로켓 '스타십'의 발사 비용은 2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방사선 차폐 기술, 생명 유지 기술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처음 비행기가 사람을 태우고 날았을 때 지금처럼 일상적인 비행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 50년 뒤에는 일상적으로 우주를 드나드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우주 비행을 넘어 우주에 장시간 체류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향후 민간인을 ISS로 보내 10일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상품도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공개된 티켓 가격은 약 5500만달러(약 650억원)다. 미국의 우주관광 스타트업인 엑시옴스페이스는 최근 NASA의 승인에 따라 ISS에 우주여행객을 위한 상업용 거주 모듈을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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