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건 가지고 있지 않건 다들 궁금해하는 그것..비트코인 어떻게 될까

김유태 입력 2021. 10.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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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미래 / 바비 크리스토퍼 리 지음 / 김동규 옮김 / 시프 펴냄 / 2만5000원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투자의 모든 고통은 미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거금을 쏟아부으며 성장주, 가치주라 확신했지만 상장폐지로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할 수 있고, 처음부터 지갑에 없던 셈 치고 넣어둔 소액의 여윳돈이 일확천금으로 바뀌어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가능성도 내재하는 것이 투자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금융의 모든 역사가 증명하는 투자의 근원 난제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두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자산의 가치를 차곡차곡 불려 나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보았다. 또 누군가는 잠시 머뭇거린 대가로 평생 망각하지 못할 뼈아픈 후회를 목울대로 삼키기도 한다. 물론 급락하는 가치를 속절없이 바라보며 내 자산을 높은 값에 사줄 '구조대'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이처럼 두려움은 투자의 명징한 전제였다. 이 책은 비트코인 투자의 두려움을 정확히 바라보며 시작된다.

중국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BTC차이나(BTCC)를 경영한 이력을 가진 저자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행동을 10여 년째 근거리에서 바라봤다. 저자는 비트코인 투자자를 네 유형으로 구분했다. 비트코인을 사는 것을 주저하는 유형, 사기로 마음먹었어도 너무 적게 사는 유형, 조금만 오르면 금세 팔아버리는 유형, 가격이 폭락하면 겁에 질려 전부 매도하는 유형. 비트코인 채굴에 처음 나섰던 투자자 대부분은 네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려움은 가상화폐를 매각하게 만드는 가장 거대한 동인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달랐다. 중앙정부의 칼날이 자산의 정맥을 짓누르는 막대한 공포감에도 매각 대신 보유를 택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저자는 단기 급등락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본질을 보면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두려움의 안에 갇히지 않고 바깥에서 조망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총량이 제한적이다. 2100만개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비트코인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10여 년 전 단돈 '1달러'였던 비트코인이 인간 한 명 한 명의 욕망의 값이 더해지면서 현재 가치가 폭등한 사실을 봐도 '총량 제한'의 진가는 증명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일반 화폐를 운용하는 중앙은행은 안정을 위해 통화량 조절을 해결책으로 쓴다. 그러나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화폐처럼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으므로 중앙은행의 그것보다 가격 상승이 확실하다고도 본다.

저자가 날 세운 비판의 칼날은 정확히 은행을 향한다. 1979년 발행된 100달러 구권으로 소비자는 나이키 운동화 두 켤레를 살 수 있었다. 현재 100달러 화폐로는 같은 운동화를 한 켤레도 사지 못한다. 저자는 통화 발행량으로 경제를 통제하려는 중앙기관의 선택 때문에 통용되는 화폐 가치가 늘 떨어지는 중이라고 본다. 비트코인에는 발행 총량이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의 배후에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사회 안정망이 없다는 비판을 두고도 저자는 반론을 편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를 대비해 소비자 손실을 계좌당 25만달러 한도에서 보전해준다. 비트코인은 예보와 같은 중앙기관 기능이 전무하다. 그래서 비판받는다.

저자는 그러나 되묻는다. '금이나 금괴를 실수로 바다에 빠뜨리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가.' 손실 보전 한도가 최근 들어 10만달러로 하향된 점만 봐도 우리가 아는 돈의 가치는 실시간으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 정부의 송곳 같은 비트코인 규제도 길게 보면 무용하다는 논리로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옹호한다. 규제로 인한 단기 급등락은 있을 수 있어도 올해 13번째 생일을 맞은 비트코인에 대한 세계 정부의 규제는 비트코인의 성장에 털끝만 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정부의 시도를 비웃듯이 가격 오름세를 유지했고 이제 한화로 6000만원대를 웃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비트코인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란 질문이 남는다. 저자의 제안은 금융상품 장기투자 법칙을 그대로 따른다. 거액을 투자하는 만용을 부릴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1~2% 정도의 가용자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가격 하락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순자산의 5~10%로 늘리는 걸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저자는 매입 후 장기투자를 권유한다. 10년쯤, 혹은 20년쯤. 또 비트코인 매입 방법에 대한 세세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한 번에 사기보다는 주간 매입법, 격주 매입법, 3회 월 분할 매입법 등을 추천한다. 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가 승인되고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거래에 합류하며 비트코인 선물 거래도 확대될 것이라는 예언까지 자신 있게 남긴다. 강한 확신 이면에서 "비트코인은 2040년 100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저자의 예언이 실현될지는 물론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저자는 소설 '모비딕'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투자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하는 건 바로 지(知)라고 말한다. 소설에서 화자 이스마엘은 기괴한 작살잡이 퀴퀘크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무지는 두려움의 아버지다." 훗날 이 책은 코인 시대의 앞날을 바라본 천재의 예언서로 기록될까, 아니면 비트코인 옹호론자의 자가발전용 신기루성 예찬론으로 전락할까. 그 답은 모든 투자자의 무지 너머에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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