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택공급 계획에 강남·송파 연이어 반발.."공공주택 안돼"
[경향신문]
서울시 공공주택 계획을 자치구가 잇따라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특히 강남구는 행정소송 가능성을 띄우고, 서울시 대변인이 자신들의 입장을 반박하며 쓴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사실상 문책을 요구하는 등 서울시와 강하게 대립 중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옛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 계획에 대해 “지난 40년 간 기피시설인 성동구치소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과 피해를 감내한 게 많은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계획을 바꾸는 것은 신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파구가 ‘신뢰 위배’라고 지목한 것은 서울시가 민간개발에서 공공개발로 선회한 부분이다. 서울시는 당초 이 부지에 신혼부부를 위한 분양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700가구와 일반 공동주택 6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공동주택 용지는 원래 민간에 매각해 개발하려고 했는데, 최근 공공분양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송파구는 지난 13일 박 구청장을 만난 가락·문정·오금 주민권익위원회와 가락2동 주민대표들이 “원안 이행이 안 되면 차라리 공터가 낫다”, “행정소송을 하자”란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박 구청장은 “현재 상황에서 법률 쟁송으로 가는 것은 사업 시간만 지체할 뿐 실익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공동주택 부지를 민간건설사에 매각해 고분양가로 건설사가 개발이익을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직접 주택을 건설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공동주택 용지에 임대주택 공급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부지를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 갈등은 한층 더 격하다. 강남구는 행정소송으로 서울시 계획을 막겠다며 강경한 태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려고 하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이 땅을 대신 매입한 다음 서울시가 소유한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바꾸는 ‘삼각거래’를 추진 중이다. 서울의료원 부지를 남·북측 둘로 나눠 남측 1만3500㎡ 부지가 교환 대상이다. 북측 1만8000㎡ 부지는 정부가 지난해 8·4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 공공주택 3000호 공급 대상지에 포함했던 곳이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지난 7일 남측 부지 개발 시 공공주택을 20~30% 짓도록 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공고한 다음부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행정소송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라며 “(북측) 3000호 공급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측에) 공공주택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은 강남구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갈등은 논박 과정에서 더 격해지는 모양새다. 강남구는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이 강남구 주장을 반박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을 정치소재로 악용하는 공세를 중단하라”라고 한 것을 두고 “모욕적 언사”라며 “관련자를 조치하라”라고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당시 입장문에서 “지난 8월25일 강남구청을 방문해 미리 설명했고, 10월6일에도 협의를 요청했다”라며 강남구 주장을 “억지 주장”, “여론을 악의적으로 호도하는 잘못된 행정행위”라고 비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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