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건부 합병 승인 시사에 메가 캐리어 시너지 무산 우려

운수권 제한으로 외항사 점유율 증대 우려
인천공항 허브공항 역할 약화 가능성도
정치권도 입모아 "통합 시너지 키워야"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만들어질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출범이 지체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합병 승인 가능성 언급에 합병 시너지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양사 M&A가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국토교통부의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피력했다. 독점노선의 운수권을 외국 항공사에 주는 등 독과점 우려를 일정정도 해소하기 위해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제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운수권이란 타국과 항공회담을 통해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정해 그 안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슬롯이란 항공사가 공항에서 특정 시간대에 운항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이다.

항공업계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안이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운수권이나 슬롯을 제한하면 외국 항공사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통합항공사의 운수권이나 슬롯을 제한할 경우 고스란히 외국항공사에게 노선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다. 제한된 운수권과 슬롯을 저비용항공사(LCC)가 흡수할 가능성은 적다. 특히 장거리 노선의 경우 대형기만 운항이 가능한데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들이 대형 기종을 구매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어느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유화 노선에 대해 통합항공사의 운수권을 제한하면 외국항공사의 운항만 늘어나게 된다. 비자유화 노선 역시 외국 항공사들이 그 동안 운항하지 않았던 운수권을 토대로 새롭게 운항을 시작할 경우 외항사들의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항사들의 점유율이 상승하면 통합 국적사의 고용 유지도 어려워진다. 만약 운수권과 슬롯 제한을 하게 될 경우 항공편 운항이 줄어들고 결국 사업량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고용 유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허브공항인 인천공항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국적 항공사의 운항횟수가 감소하면 편리한 환승 스케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호시탐탐 환승 허브 기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인근 국가들의 허브 공항으로 환승 수요가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

정치권에서도 공정위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국토위원회 인천공항공사 국감에서 “양사의 M&A에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이 있어 조치가 불가피해 운수권과 슬롯 제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양 항공사의 인수합병 문제를 시장의 독과점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통합항공사의 운수권 제한은 외국 항공사의 노선 점유율을 늘려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언급하며 “통합항공사의 운수권 및 슬롯 제한 시 인천공항 발전에도 제한이 우려되며, 고용은 떠넘기고 권리를 제한하는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태계를 복원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목적”이라며 “만약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이 된다면, 결국 외국 항공사 배만 불리게 돼 합병의 취지를 퇴색시키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