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여론조사 문구' 갈등 고조..윤석열 '가상대결' 홍준표 '경쟁력 질문'

김일창 기자 2021. 10. 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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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반영' 여론조사 결과가 관건..유승민·원희룡도 엇갈린 입장
尹 "미국도 1대1 묻는다" 洪 "황당한 논리"..선관위 "내주까지 결론낼 것"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민의힘 대선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반인 여론조사 문항 설계에 착수한 가운데 캠프간 이견이 첨예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각 캠프의 입장을 종합한 결과 윤석열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1대1 가상 양자대결을,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이 후보와 본선에서 붙었을 때 네 명의 후보 중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선호한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지난 9월5일 백브리핑에서 본선 경쟁력을 말하면서 그 방식으로 '1대1 가상대결'이라고 말했다"며 "우리 입장은 선관위가 그 때 결정한 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 측도 이 지사와의 1대1 가상대결이 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5일 정 위원장은 선관위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본선경쟁력을 측정하는 것은 문항을 바꾼다는 그런 뜻"이라며 "여권 유력후보와 우리 후보를 1대1로 놓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이런 것을 측정하는 건데 구체적인 질문 방법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문항이 가장 적절한가는 앞으로 사태 진전이 달라질 테니까 좋은 문항이 나온다고 해도 공개할 수는 없다"며 "본선경쟁력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은 정 위원장의 이 발언을 토대로 여론조사 문항이 큰틀에서 도출된 것 아니냐는 것이고 그런 만큼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관위 관계자는 "당일 회의가 역선택 논란 때문에 장시간 공전을 거듭했고 막판에 '그럼 1차 컷오프 때 당원 여론조사를 20% 넣고, 본경선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후보 경쟁력을 묻자'고 하면서 절충점이 찾아졌다"며 "그 과정에서 일반인 여론조사는 '일대일 가상대결'이라는 예시가 나왔던 거지 그게 확정된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네 명의 후보 중 누가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나, 또는 이재명과 붙었을 때 네 명의 후보 중 누가 가장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로 묻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 위원장이 말한 '1대1 가상대결'은 선관위가 공식적으로 확정한 문항도 아니다"고 말했다.

유 후보 측 관계자도 "1대1 가상대결을 하면 가중치, 백분율 등을 환산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당헌당규와 관례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1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국에서 호남권 합동토론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후보. (국민의힘 제공) 2021.10.11/뉴스1

이견이 큰 이유는 누구도 후보 선출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11월5일 오후 2시 당원 투표 50%와 일반인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1인을 선출한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상 당심에서는 윤 후보가, 민심에서는 홍 후보가 앞서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같은 흐름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윤 후보나, 홍 후보나 우위를 점한 부분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 지난 6·11 전당대회와 비교할 때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은 24만명(총 57만여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40세대 비율이 약 43%다.

홍 후보가 젊은층에서 지지율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윤 후보가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성적을 내야 후보 선출 안정권에 든다.

홍 후보는 여전히 당심에서 열세에 있다고 판단, 민심에서 격차를 최대한 벌려야 한다. 문항 설계에 있어 각 캠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윤 후보 측은 1대1 가상대결이 본선 승리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윤 캠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A 후보와 B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묻는다"라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보수 후보 적합도 조사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캠프 관계자는 "미국의 그 여론조사는 각 당 후보가 모두 선출되고 난 후의 여론조사 문항"이라며 "어느 나라에서 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데 이미 선출된 상대당 후보와의 1대1 가상대결을 사용하냐, 그런 나라는 없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이날 산하에 여론조사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문항 설계에 착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1월5일을 역산하면 다음주까지는 문항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한다"며 "캠프 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진통이 예상되나 선관위가 최종 의결권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합의해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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