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당뇨신약만 약가 인하'..사용량-약가연동제 형평성 논란
판매량이 많을 수록 약가를 인하하는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국산신약 경쟁력 제고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장을 장악 중인 외산품목과 경쟁을 벌이는 국산품목의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수입품목에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국산품목에만 약가인하가 집중돼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청구액이 전년보다 일정 기준 이상 증가하면 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해당 의약품의 약가를 깎는 제도다. 출시된 지 4년 이상 된 제품 중 △전년 대비 청구액이 60% 이상 증가했거나 △증가액이 50억원 이상인 동시에 증가율이 10%를 넘는 경우 약가가 깎이게 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LG화학과 동아에스티 등과 사용량 약가 연동제 협상을 타결하고 이달 1일 부터 LG화학 제미메트와 동아에스티 슈가메트 등의 약가를 1.6%, 3.5% 인하했다. 제미메트와 슈가메트는 7개 수입약이 장악 중인 당뇨 치료 복합제(DPP-4억제제+메트르포르민)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산신약이다.
슈가메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2019년 대비 52억원 증가하면서 증가율도 10%를 넘겨 이번 약가인하 대상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동일계열 치료제 중 슈가메트 증가금액보다 5억원 더 증가한 베링거인겔하임 트라젠타듀오는 증가율이 인하 기준(10%)에 못미쳐 조정을 피해갔다. 지난해 슈가메트 매출은 141억원, 트라젠타듀오는 68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배나 더 팔린 수입약이 혜택을 입은 셈이다. 트라젠타듀오는 2013년 수입된 품목으로 약가인하 유예기간인 출시 3년차까지 급격한 매출 성장 후, 약가인하 기준이 되는 4년차부터는 10% 미만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인 덕분에 한 차례도 약가가 인하되지 않았다.
LG화학 제미메트도 약가인하 단골 제품이다. 출시 4년차 평가년도인 2018년부터 심사대상에 들어가 올해까지 4년 내리 약가가 깎였다. 두 차례 인하됐던 제미글로까지 포함하면 제미글로 제품군에만 총 6차례 약가인하가 적용됐다. 제미메트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매출 성장을 통해 동일계열 내 고가약이자 최대 매출 제품인 자누메트(MSD)를 대체하며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제미메트의 약가 인하가 수차례 진행되는 동안 2009년 출시된 자누메트는 단 한 차례만 약가가 조정되는데 그쳤다.
업계는 국산 당뇨신약들에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로 신약 개발 환경에 따른 수입약과의 체급 차이를 촘촘히 반영하지 못한 정책을 꼽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통 수입약품의 국내 허가 시에 다양한 제품 함량 및 치료질환 등을 일시에 갖추고 출시해 독점적 판매 환경에서 단기에 매출 고점을 달성한다. 약가인하 유예 기간이 끝난 4년차부턴 성장세가 완만해져 약가인하를 피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로 영세한 규모에 투자와 속도 측면에서 열세인 국내사들은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최소화된 제품 함량만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지속 투자를 통해 제품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때문에 국산신약들은 단기간 내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수입약과 동일한 경쟁 환경을 모두 갖춘 뒤에야 성장을 보이는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LG화학 제미메트는 2014년 1개 함량만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 3년이 더 지나서야 모든 함량을 갖추고 수입약과 동등한 경쟁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국산신약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도 탓에 바로 다음해부터 약가가 깎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제도가 열악한 국내 신약개발 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라며 "신약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다음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수입약, 복제약과 구분해 국산신약의 약가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가약을 대체해 재정 절감을 돕는 제품을 선별하고 우대해야 하고, 이런 제품들은 약가인하 유예기간을 늘리고 인하 횟수에도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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