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나이 서른 다섯, 생존 위해 어디까지 변신해봤니?

안승호 기자 2021. 10. 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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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왼쪽부터 이승엽, 박병호, 강민호. 연합뉴스 이석우 기자


그해 그의 나이 38세. 이승엽은 야구인생 처음 대위기를 맞고 타격폼 대수술에 들어갔다.

일본프로야구에서 8년을 뛰고 삼성으로 돌아온 2012년 타율 0.307에 21홈런 85타점으로 무난한 활약을 펼친 이승엽은 2013년 타율 0.253에 13홈런 69타점으로 무너졌다.

이승엽은 2014시즌을 앞두고 자신을 ‘국민타자’로 만들어준 타격폼을 버렸다. 타격 준비자세에서 방망이를 세우던 것을 눕혔다. 스트라이드를 할 때는 발을 드는 대신 땅에 스치듯 끄는 법을 익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승엽은 그해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으로 국내 복귀 뒤 최고의 성적을 낸 뒤 은퇴 시즌이 된 2017년에도 24홈런을 기록했다.

문제는 반응 속도였다. 타자 나이 30대 중반에 이르면 반응 속도에서 변화가 생긴다. 동체 시력이 떨어지는 데다 그에 따른 몸의 반응도 둔화된다. 이승엽 역시 변신에 성공한 뒤 “방망이가 나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결국 타격은 미세한 타이밍 차이로 갈리는데 작년에는 조금씩 다 늦었다”고 털어놨다.

시대를 올라와 올시즌에도 타석에서 변신을 선택한 남자들이 있다.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린 박병호(35·키움)는 최근 반응 속도를 위해 변화를 받아들였다.

박병호는 왼발을 안쪽으로 길게 끌며 모았던 힘을, 스트라이드와 함께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타격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새 타법을 들고 나오고 있다. 왼발을 미리 앞에 찍어놓는 일종의 ‘토탭’으로 타이밍을 잡아가며 가볍게 중심이동을 하고 있다. 박병호는 “늦었다 싶은 타이밍에서 맞아나가기 시작했다”고 반응속도를 얘기했고, 당초 기대한 변화의 결과도 확인하고 있다. 14일 현재 올시즌 타율은 아직 0.230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10경기 타율은 0.351로 반등 흐름을 탔다.

강민호(36·삼성)는 타격폼을 바꿨다기보다는 ‘타구의 길’을 바꿨다. 강민호는 지난주까지 올시즌 145㎞ 이상의 빠른 공을 타격해 타율 0.409(44타수 18안타)라는 놀라온 성적을 내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우측 안타가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오른쪽 방향 안타가 13.7%에 불과했지만 올시즌에는 23.2%로 늘어났다.

강민호는 잡아당기는 유형의 ‘풀히터’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가볍게 밀어쳐 만드는 안타가 부쩍 늘어났다. 코스볼 대응이 유연해지면서 빠른 공 대응에도 여유가 생겼다. 나이를 이겨낸 강민호만의 ‘비결’이다.

2010년 마지막으로 은퇴한 양준혁은 팔의 움직임으로 반응 속도를 높이며 나이 30대 중반을 전성기의 일부로 만들었다. 왼손타자였던 양준혁은 히팅포인트에 이르는 지점에서 왼손을 빨리 놓으며 회전력을 높이는 ‘만세타법’으로 하락세를 극복했다.

타격폼 수정을 놓고 고민하는 타자들의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이 홈런 생산력이 뛰어난 거포형에 가깝다는 점이다.

39살까지 현역으로 뛰며 2125안타를 생산한 교타자 출신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이 대목에서 유형 차이에 따라 타격폼 수정의 필요성도 달라지는 점을 주목했다. 이 코치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들은 아무래도 스윙스피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타격폼 수정이 필요하고 또 그 내용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며 “반대로 콘택트 위주 타자들은 스윙스피드에 덜 영향을 덜 받아 경험과 수싸움으로 아쉬운 점을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경험담과 시각을 전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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