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미래 고용까지 망치는 '靑 숫자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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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일자리 상황판이 문제였다.
취임하자마자 일자리를 직접 챙긴다면서 만들었지만, 공무원들에게는 올바른 정책보다 일자리 숫자가 더 중요해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아는 약삭빠른 공무원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직접 고용 정책까지 펴면서 세금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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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일자리 상황판이 문제였다. 취임하자마자 일자리를 직접 챙긴다면서 만들었지만, 공무원들에게는 올바른 정책보다 일자리 숫자가 더 중요해졌다. 경제의 문외한들이 완장을 차고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하겠다는 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파국으로 시작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13일 발표된 9월 고용동향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2021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가 고용 현실을 보여준다. 대학생 65.3%가 구직을 단념했고, 올해가 작년보다 취업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67만1000명 증가한 것을 근거로 고용이 회복 중이라고 진단했다. 작년 9월 코로나 확진자 수는 3865명이었으나 올해 9월 확진자 수는 5만9872명으로 15.5배로 증가했다. 경기가 회복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목숨 걸고 경제활동을 한 결과다.
일자리 상황판은 결국 공무원들의 ‘오징어게임’ 현장이 됐다. 통계청장들이 바뀌고 통계 작성 방법도 바뀌었다. 숫자를 맞추는 사람이 살아남는 게임처럼 상황이 변하자, 정책이 변질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아는 약삭빠른 공무원들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9조1877억 원이 사용됐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에너지 정책, 정치적 계산이 앞선 노사 정책, 불합리한 규제로 일자리가 사라지자 돈만 풀다가 집값만 올렸다.
2021년에만 고용과 노동 분야에 35조657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 돈으로 71만 명에게 연간 50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직접 고용 정책까지 펴면서 세금을 뿌렸다. 60세 이상 실업자 수보다 50대 실업자 수가 더 많은 나라, 50대 실업자 수보다 20대 실업자 수가 더 많은 나라가 됐다.
문 정부가 천문학적인 국가 빚을 지면서 정책을 편 결과, 고용의 질은 악화하고 산업별 취업구조가 저성장 저부가가치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당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 비중은 2016년 81.4%에서 2018년 이후 계속 하락했다. 2021년 9월의 동 비중은 76.0%로 전년 동월 76.4%보다 낮아지고, 임시직 취업자 수 증가는 34만 명이나 됐다.
산업별 취업구조도 악화했다. 전년 9월 대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에서 28만 명, ‘운수 및 창고업’에서 16만3000명의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반면 ‘도매 및 소매업’에서 12만2000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에서 4만100명, ‘제조업’에서 3만700명의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고 저임금 단기 일자리가 늘고 있는 양상이다.
9월 고용통계에서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2만200명 증가하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4만8000명, 무급가족종사자 수는 3만7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중산층은 사라지고 있다. 지난 4년 내내 경제의 허리인 40대 고용률은 계속 떨어졌다. 숫자놀음에 취한 문 정부는 고용시장을 왜곡하고 미래의 고용상황까지도 악화시켰다. 일자리 상황판을 버리고 정상적인 정책을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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