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쇼통령'과 탁현민

기자 2021. 10. 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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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할 때 '쇼통'이라는 단어가 꼭 등장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전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이미지를 벗기 위해 소통을 매우 강조했다.

늘 돋보이는 행사 중심에 문 대통령을 위치토록 하고, BTS 등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조연을 맡았다.

그러나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 송환 행사'에선 문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유해를 비행기 안에서 하루 동안 모시는 결례를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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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할 때 ‘쇼통’이라는 단어가 꼭 등장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전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이미지를 벗기 위해 소통을 매우 강조했다. 청와대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퇴근길에 시민들과 맥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친근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 이전은 무산됐지만 실제 광화문 근처 호프집에서 청년들과 맥주잔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미리 섭외한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진정성이 반감됐다. 이후 이런 이벤트가 잦다 보니 소통이 아니라 쇼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쇼통 기획자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이다. 늘 돋보이는 행사 중심에 문 대통령을 위치토록 하고, BTS 등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조연을 맡았다. 남북정상회담 때는 절정에 달했다. 현 정부 출범 때는 행사기획 행정관으로 있다가 지난 2019년 1월 자신의 책에 담긴 여성 비하 등 논란으로 청와대를 떠났다가 지난해 1년 4개월 만에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해 들어왔다. 역대 정부에서는 외교관 출신이 의전비서관을 맡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4명 중 3명이 정치권 등에서 온 바람에 의전 실수가 잦았다.

문 대통령도 정치에서 성과가 없다 보니 탁 비서관이 기획한 행사에 의존했다. 그러나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 송환 행사’에선 문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유해를 비행기 안에서 하루 동안 모시는 결례를 범했다. 대장동 사태로 시끄러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는 이색적인 모습이 벌어졌다.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문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위원들이 한복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했는데, 대통령이나 장관보다 탁 비서관이 단연 관심을 끌었다. 일상복을 입은 다른 비서관들과는 달리 일명 포도대장 의상이라는 오색찬란한 구군복(조선시대 무신이 입는 군복)을 입었고 카메라가 집중됐다. “의전을 담당하니 의장대장 복장을 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날 행사가 마치 탁 비서관 자신을 위해 기획된 것처럼 튀는 복장이었다.

통상 의전비서관은 드러나지 않게 대통령을 보좌하는데 탁 비서관은 자주 방송에 출연, 기밀인 대통령 일정을 공개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퇴임을 몇 개월 앞두고 있다 보니 대통령이 아닌 자신이 돋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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