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火魔 대적할 최고 전략은 '빠른 대피'

기자 입력 2021. 10. 15. 11:30 수정 2021. 10. 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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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전해지는 병법인 36계 중 36번째가 주위상계(走爲上計)이다.

이기기 어려울 때는 도망치는 게 최고라는 것이다.

'대피 먼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소화기를 사용하다 대피가 늦어지면 고립되거나 연기를 흡입할 수 있고 진화 실패 시 죄책감으로 트라우마가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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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열우 소방청장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전해지는 병법인 36계 중 36번째가 주위상계(走爲上計)이다. 이기기 어려울 때는 도망치는 게 최고라는 것이다. 승리 또는 생존이 목적인 전쟁의 전략 중에서 이 전략을 마지막에 둔 이유는 최종적 해결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통제 불능 상황에서 회피하는 행동,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최고의 생존 대책이 아닐까.

건축물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목재와 벽돌로 지어진 개방식 단층 구조여서 대피가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화·고층화·심층화·복잡화하고 내장재는 유독가스를 다량 발생시키는 석유화학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그런 이유로 오늘날에는 불이 나면 먼저 신속하게 대피하고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신고하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동전화는커녕 유선전화 보급률도 낮아 화재 신고 자체가 어려웠다. 신고한다 해도 소방력이 풍부하지 못해 화재 현장까지 빨리 도착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빠른 신고와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 자체 초기 진화가 중시됐다. 반면, 오늘날에는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돼 1건의 화재에 수십 건에서 100여 건씩의 신고가 빗발치는 일이 많다. 전국의 소방차량은 7000대가 넘고 소방관은 6만 명이 넘는다.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피 먼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영국에서는 ‘겟 아웃, 스테이 아웃, 콜 999(Get out, Stay out, Call 999)’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하며, 호주에서는 ‘겟 아웃, 파이어 어바웃(Get out, Fire about) 캠페인’을 통해 대피와 대피계획 수립을 홍보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소화기를 사용하다 대피가 늦어지면 고립되거나 연기를 흡입할 수 있고 진화 실패 시 죄책감으로 트라우마가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서 신속히 대피하기 위해서는 집·학교·직장 등 자신의 생활공간에 맞는 대피계획을 세우고 실제 대피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화재와 같은 혼란과 공포 속에서는 패닉(panic·공황)에 빠지기 쉽고 인지력과 판단력이 극히 떨어져 직접 경험으로 체득해야 공황 상태에서도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소방훈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9·11테러 당시 모건스탠리 직원들의 성공적인 대피다. 분기마다 대피훈련을 실행한 덕분에 세계무역센터(WTC)에 같이 입주해 있던 다른 회사 직원들과 달리 모건스탠리의 직원 2700여 명은 끝까지 직원들을 대피시키다 순직한 안전관리 책임자 릭 레스콜라 외에는 모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소방관들은 화재를 피하지 않고, 대피 행렬을 거슬러 화재 현장으로 들어간다. 열기와 유독가스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소방장비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방관들도 때로는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다. 그만큼 화재는 불확실성이 크고 위험하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우선 빨리 대피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 우려도 커지는 요즘, 화재에 맞서는 것보다 우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게 최고의 선택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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