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엄마의 계절 소통법

칼럼니스트 이샛별 2021. 10. 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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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걷는 길에서 만난 나뭇잎이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수어로 말하는 행동이 제법 늘어난 만큼, 가을도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왔다.

 엄마와 아이는 어떤 방법이든 충분히 소통하며 배워 가고, 또 성장하게 된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2년 내내 함께한 코로나로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즐길 수 없어서 아쉽고 또 마스크를 벗은 채로 가을 길을 뛰어다닐 아이의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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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가을'이라는 계절을 배우며..
가을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느끼는 아이를 통해. ⓒ이샛별

아이와 함께 걷는 길에서 만난 나뭇잎이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수어로 말하는 행동이 제법 늘어난 만큼, 가을도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왔다.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엄마는 아이에게 '계절'을 어떻게 설명해줄까? 

'봄'은 겨울을 보내고 꽃과 새싹이 나는 날, '여름'은 햇빛이 쨍하고 뜨거우면서도 바다에 가는 날, '가을'은 나뭇잎이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의 옷을 입는 날, '겨울'은 눈사람을 만들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해 주는 것을 아이가 신기하면서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로서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단순히 수어와 몸동작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활용했다. 유튜브 채널 중 키즈 전용 동영상과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마주 보고 앉아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어를 차례대로 알려주었다. 언어 습득기의 황금기인 요즘, 엄마의 수어 동작을 제법 잘 따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언어가 달라도 차근차근 알아가는 가을을 시작했다.

아침에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서 예준이가 말했다.

"아, 추워요~" 

반팔 옷을 입으며 뛰어가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훅 느껴지나 보다 싶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니트 조끼를 더 입혔다. 그러고 나서 다시 물어봤다.

(수어로) "어때? 따뜻해?"  

(말과 수어로) "응. 따뜻해~" 

그렇게 우리는 가을의 아침을 즐기며 어린이집과 회사로 각자의 일상을 시작했다. 엄마와 아이는 어떤 방법이든 충분히 소통하며 배워 가고, 또 성장하게 된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2년 내내 함께한 코로나로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즐길 수 없어서 아쉽고 또 마스크를 벗은 채로 가을 길을 뛰어다닐 아이의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드는 만큼 계절감을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과 공유를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방법은 어떻게든 체득하게 되고, 또 함께 삶을 공유할수록 언어가 달라도 마음만큼은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도 가을을 마음으로 느끼며 일상을 시작하려고 한다.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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