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톺아보기] 지주사 전환으로 정몽규 지배력 높인 HDC.. 12월 출범하는 'HDC랩스' 역할 주목

허지윤 기자 2021. 10.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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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가 국내외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ESG 중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HDC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지 올해로 4년차가 됐다. 2017년 12월 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 전환 추진을 공식화하고, 2018년 5월 현대산업개발(건설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설, 존속회사인 HDC㈜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현재 HDC(012630)HDC현대산업개발(294870)(주택·건축·토목사업), HDC아이콘트롤스(039570)(건물용 기계장비 설치 공사업,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HDC현대EP(089470)(합성수지, 화학, 건축자재 제조업) 등 3개 상장사와 13개 비상장 계열사를 아래에 두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HDC그룹의 뿌리는 현대그룹이 1976년 세운 한국도시개발과 1977년 설립된 한라건설이다. 두 회사가 1986년 합병해 설립된 종합건설기업이 현대산업개발이다. 2018년 5월 1일 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인 HDC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분할을 거쳐, HDC그룹으로 재출범했다.

옛 현대산업개발의 지배구조는 정몽규 회장→현대산업개발→기타 계열사를 거쳐 다시 아이콘트롤스(HDC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였다. 이후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조직을 분할하면서 정 회장→HDC→HDC현대산업개발 및 기타 계열사로 지배 구조가 단순화됐다.

HDC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은 고(故)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1967년 현대자동차 초대 사장을 시작으로 1995년까지 현대그룹 회장 겸 현대차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1999년 3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맡게 됐다.

◇ 정 회장 개인 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 순환출자 고리 끊고 지배력 높이는 데 활용

HDC그룹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상법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를 인적분할하면 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으로 부활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 정몽규 회장이 보유한 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13.36%에 그쳤다. 정 회장 일가로 구성된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쳐도 18.56%에 불과했다. 2012년 외국계 자산운용사 템플턴이 현대산업개발 지분 20.05% 확보하면서 정 회장을 밀어내고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경영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5월 지주회사 전환으로 정 회장의 지분이 30%를 넘어서게 되면서 지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월 현대아이파크몰의 2020년까지의 발전 청사진을 담은 '비전2020'을 선포했다.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주요 과제였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지주사 체제 내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간 지분 출자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에 HDC는 계열사 간 지분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을 해야 했다는 의미다.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한 HDC·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에 2019년 HDC아이콘트롤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HDC아이콘트롤스는 작년 2월 HDC 보유 지분 106만4130주를 ‘엠엔큐투자파트너스’에 매각했다. HDC현대산업개발 보유 지분 전량인 148만6868주는 지주사인 ‘HDC’에 넘겼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HDC아이콘트롤스가 처분한 HDC 주식을 사들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2017년 10월 정몽규 회장의 지분 100%(2만4269주)를 출자해 설립한 유한회사다. 업종은 금융회사로 분류돼있다. 현재 대표이사는 정 회장의 부인인 김 줄리 앤(KIM JULIE ANN·미국 국적)씨가 맡고있다. 김 대표의 한국명은 김나영으로 김성두 옛 대한화재보험 회장의 딸이다.

엠엔큐투자파트나스는 사실상 현대산업개발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획하면서 세운 회사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이 회사는 작년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HDC 주식 48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HDC와 계열사의 매각 주식을 잇따라 사들여왔다. 정 회장이 2017년 엠엔큐투자파트너스 설립에 들인 돈은 7억원이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당시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작년 말 기준 자산은 559억8400만원(현금 및 현금성자산 5800만원), 자본금은 14억6300만원 부채는 221억6400만원이다. 2017년 말 기준 자산은 210억6900만원(현금성자산 1억원), 자본금은 10억5300만원, 부채는 3700만원었다. 지주사 HDC 및 계열사 지분 거래 과정에서 회사의 몸집이 불어난 셈이다.

지난 8월 말 공시한 HDC와 엠엔큐투자파트너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최대주주인 정 회장 다음으로 HDC 지분율이 높다. 현재 정몽규 회장이 주식 2012만129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33.68%다. 그 다음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150만9657주를 보유해 2.5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그 다음 정 회장의 누나 정숙영(0.53%)과 여동생 정유경(0.37%), 정 회장의 세 아들인 정준선(0.33%), 정원선(0.28%), 정운선(0.17%), 그리고 포니정장학재단(0.14%), 정 회장의 부인 KIM JULIE ANN(0.08%), 정 회장의 모친 박영자(0.05%) 순이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2.53%)뿐만 아니라 HDC아이서비스(10.61%), HDC아이앤콘스(4.79%), HDC자산운용(48.07%)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 주식 사들인 세 아들…후계 작업 초석?

정몽규 회장의 세 아들 준선(1992년생), 원선(1994년생), 운선(1998년생)씨의 HDC 주식 매수는 2019년 5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장남 준선씨는 올해 2월 24일 최종거래일까지 3만5000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주식이 20만주다. 원선씨는 지난 1월 29일까지 2만주를 장내 매수해 총 17만주, 운선씨는 2월 26일 7000주를 매수해 총 10만5000주를 보유 하고 있다.

준선씨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공학(Engineering)과 경제경영학(Economics & Management)을 전공했으며 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네이버의 검색 및 인공지능(AI) 기술개발 사내기업(CIC)인 서치앤클로바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기술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사과정 중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와 함께 AI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원선씨와 운선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2019년 9월 페이스북 Clova AI Research에 게재된 사진 속 정준선씨(사진 맨 오른쪽)./ CLOVA AI Research 페이스북 계정

정 회장은 2017년 말 3형제에게 HDC자산운용 지분을 각각 13%씩 넘겨줬다. HDC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로 48.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아이투자신탁운용으로 설립된 HDC자산운용은 HDC그룹 밖 관계사로, 지배구조에서 분리돼있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중 하나가 ‘금융 계열사 지배 금지’다. 이에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통해 HDC자산운용을 지배하는 방법을 쓴 셈. 개인회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HDC자산운용 지분을 보유하는데는 법적으로 별다른 제약이 없다.

이를 두고 후계 작업 첫 단추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정 회장이 HDC 지분을 들고 있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와 HDC자산운용을 합병하는 방식 등을 통해 세 아들의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 합병

지주사 체제 전환 4년차인 올해 HDC그룹이 순환출자고리의 핵심 계열사였던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의 합병을 단행해 주목된다. 지난 6월 4일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흡수 합병을 결의했다.

HDC아이콘트롤스는 오는 10월26일 HDC아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하는 것을 안건으로 올려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HDC아이콘트롤스 1대 HDC아이서비스 0.6716833의 비율로 두 회사를 합병시켜 ‘HDC랩스(가칭)’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1일로 예정돼 있다.

HDC랩스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결합한 ‘AIoT(사물지능)’ 플랫폼 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부동산에 IT기술을 접목하는 프롭테크 기업인 셈. 회사 측에 따르면 HDC아이콘트롤스의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술 역량과 HDC아이서비스의 부동산 운영관리 노하우를 융합해 공간 AIoT(AI+IoT)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현재 HDC아이콘트롤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8.95%의 HDC다. 그 다음 정몽규 회장 지분이 29.89%다. HDC아이서비스에 대해서는 HDC가 지분 56.56%을 보유하고 있고, 그 다음 정 회장의 별도 회사 격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지분 10.61%를 쥐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병에 따라 HDC현대아이콘트롤스는 HDC아이서비스 주주들에게 신주 949만7601주를 발행할 전망이다. 이에 HDC는 537만1451주,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100만7525주에 달하는 합병 신주를 받게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HDC랩스’에 대한 지분율은 HDC가 39.1%, 정몽규 회장 18.3%, 자기주식 5.3%, 국민연금 4.1%, 기타 37.2%로 추정된다.

HDC아이서비스가 2018년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자진 철회했던 점을 감안하면, HDC아이콘트롤스와의 흡수 합병으로 코스피 우회 상장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정 회장 일가가 보유한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 주식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의 장남인 준선씨가 AI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학업과 경력을 쌓은 점에서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른 합병이란 관측도 있다. 대기업들이 비상장사의 가치를 올린 뒤 이를 승계 디딤돌로 이용해오는 것은 오랜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다소 이른 전망이지만 향후 후계 작업 추진 등 큰 그림이 깔려있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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