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공포'에 CEO 시켜줘도 부담스럽다는 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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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대표 자리에 '바지사장'을 앉히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재를 하면서 만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최근 기업에서 '법 시행 이후 어떻게 하면 경영책임자(CEO)의 처벌을 피할 수 있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및 CEO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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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대표 자리에 ‘바지사장’을 앉히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재를 하면서 만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최근 기업에서 ‘법 시행 이후 어떻게 하면 경영책임자(CEO)의 처벌을 피할 수 있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특히 무조건 ‘1호’만 피하게 해달라는 부탁도 받는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 1호 처벌 대상이 되면 징역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많아 검사들도 웬만하면 기소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바지사장을 앉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 것이다.
특히 산업계 사망·사고의 절반이 넘게 발생하는 건설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중소 건설사 임원은 “회사 CEO 되는 건 직장인으로서 큰 명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언제 철창신세를 질지 모르는 처지이니 승진시켜준다고 해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임원은 “현장에 아무리 촘촘하게 안전 조치를 해둬도 술을 마시고 공사장에서 발을 헛디딘 인부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것까지 CEO가 책임지라는 건 너무하다”고 푸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및 CEO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전까지는 현장에서 사고가 날 경우 현장 소장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는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해도 본사 CEO가 처벌받게 된다.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CEO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모호성을 문제의 근본으로 지적한다. 최근 공개된 시행령에서도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물어봐도 해결되지 않는 이 모호성 때문에 대기업들은 로펌에 문의해 기업 구조와 직제 개편에 나서고 현장 실태조사 등을 대비하는 등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다.
노동계도 불만이 많다. 노동계는 중대산업재해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급성중독과 그에 준하는 질병으로 한정하지 말고 뇌심혈관 질환 등도 노동시간·강도에 따라 포함해 달라고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그러나 시행령에 내용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 처벌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은 곧 비용’으로 여겨져 현장에서 안정보다 속도 중시했던 관행들을 사라지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또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안전 경시풍토와 부실 공사 등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인들이 막연하게 ‘1호’가 될까 두려움에 떨게 하는 설익은 법안이다.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사고를 대비하더라도 100%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현재의 법으로는 혼란과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불과 100여 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여전히 기업 10곳 중 6곳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도 준수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314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 시행일까지 시행령에 규정된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준수가 가능할지 묻는 질문에 기업의 66.5%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CEO는 무엇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불명확하고 모호한 규정들을 손봐야 한다. 법 시행 전까지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경영계와 노동계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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