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좌우하는 축적 마일리지 데이터, 美·中이 압도적

연선옥 기자 2021. 10. 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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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테스트로 축적하는 빅데이터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 렉스 프리드만 미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에 따르면 테슬라가 자사의 운전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을 통해 전 세계에서 축적한 자율주행 데이터는 지난해 30억마일(약 48억㎞)을 넘었고, 올해는 50억마일을 돌파할 전망이다. 막대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테슬라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율주행 개발사 웨이모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으로 자율주행한 거리가 100억마일을 넘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테스트 차량은 매년 실제 도로에서도 수십만마일을 주행한다. 중국 빅테크 기업 바이두가 운행하는 자율주행 로봇택시의 시범 주행거리 역시 1000만마일에 달한다.

구글의 자율주행 개발사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모습./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업체들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마일리지 경쟁에 나서고 있다. 카메라나 라이다,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주변과 도로 상황을 감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차가 계속 주행해야 하는지, 속도를 줄이거나 높여야 하는지, 장애물을 피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실제 도로를 달리며 축적한 데이터(빅데이터)와 이를 처리하는 AI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자율주행차의 핵심 경쟁력은 각종 센서를 통해 축적한 대규모 주행 데이터와 이를 분석, 판단하는 인공지능(AI)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중국 업체와 달리 한국 업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어 빠르게 성장하는 자율주행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모비스(012330)카카오(035720), KT(030200) 등 관련 업체와 정부는 지난 13일 자율주행산업협의회를 발족했다. 국내 자율주행 산업을 발전시켜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이날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경쟁 현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는데, 여기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의 자율주행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작은 데다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환경 때문에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1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 창립식 모습./연합뉴스

주행 마일리지만 늘어난다고 바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테스트를 거쳐 축적한 데이터는 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글로벌 업체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통국(DMV)이 매년 발표하는 ‘자율주행모드 해제에 대한 자율주행차 테스트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19년 12월~2020년 11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은 거리를 주행한 업체는 GM의 크루즈로 77만마일 이상을 달렸다. 그다음이 구글 웨이모로 테스트 주행거리가 63만마일에 달했다.

이 보고서에서 더 중요한 지표는 자율주행모드가 해제되기 전까지 달린 평균 주행거리다. DMV는 자율주행모드가 해제되는 사유로 “기술적 오류가 감지되거나 운전자가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 모드를 인위적으로 해제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자율주행 모드가(를) 해제되지(하지) 않고 달리는 거리가 멀수록 자율주행 기술이 더 정교하다는 의미다. 이 지표로 보면 웨이모가 2만9945마일로 가장 길고, 크루즈가 2만8520마일로 그 뒤를 이었다.

오로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하는 모습./오로라 제공

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주정부 허가를 받아 자율주행을 테스트한 업체 중 자율주행모드가 해제되기 전 평균 1만마일 이상을 주행한 업체는 모두 미국과 중국 업체였다. 1위가 웨이모, 2위가 크루즈였고, 3~4위는 각각 바이두와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오토엑스(2만367마일), 포니닷AI(1만738마일) 등 중국 업체였다. 5위는 포드와 폭스바겐이 합작해 설립한 아르고AI(1만519마일)였다.

현대차(005380)가 투자한 오로라의 경우 12대의 자율주행차를 투입해 총 1만2201마일을 주행했는데, 자율주행모드가 해제된 횟수는 37번으로, 자율주행모드가 유지된 채 주행한 평균 거리는 330마일 정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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