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코로나 환자 아니예요 비염이에요"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2021. 10. 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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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이 찐득, 촉촉해야 비염 이긴다!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비염에 걸리면 콧물이 흐르고, 수시로 재채기가 나며, 목에 가래가 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GettyImage]
요즘 "나는 비염인이다"라고 외치고 싶은 사람이 무척 많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더불어 산 지 1년 반이 넘었다. 지금 누구보다 억울한 사람은 '비염인' 아닐까. 비염의 주된 증상인 콧물, 코 막힘, 재채기, 가래 등은 코로나19 증상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특히 가을은 비염 증상이 심화할 때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나 코로나19 환자 아니예요, 코를 훌쩍이는 건 원래 있던 비염 때문이에요"라고 써 붙이고 다니고 싶은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나는 비염인이다"

사람은 음식이 없으면 30일을 못 버티고, 물이 없으면 3일을 못 버티고, 산소가 없으면 3분을 못 버틴다는 말이 있다. 숨은 그만큼 생명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소 호흡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1분에 18회 정도 이뤄지는 코 호흡이 매 순간 의식되는 경우도 있다. 코에 문제가 있을 때다.

비염이 생기면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히고, 가렵고, 따갑고, 건조하다. 수시로 재채기가 나고, 목에 가래가 끼며, 코피가 자주 난다. 이럴 때는 숨 쉬는 게 고역이다. 일반인은 코감기에 걸렸을 때 이런 증상을 잠깐 경험한다. 그 상태가 오랫동안 낫지 않은 채 이어지면 어떨까. 비염이 심한 환자의 경우 "코, 이거 쓸데없이 왜 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잘라버리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사람을 이토록 괴롭히는 비염은 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코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매우 많다. 크게 둘로 구분하면 감기 후유증이 변화하는 '감기증후군'과 감기 이외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비(非)감기증후군'으로 나눌 수 있다. 감기증후군에 의한 비염은 증상이 계속 변한다. 처음엔 발열, 코 막힘, 콧물, 재채기, 점막 발적(점막이 붉게 변하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초기에 치료하지 못해 오랫동안 지속되면 만성비염으로 이어진다. 코에 쌓인 농이 여러 통로를 막아버리면 축농증 또는 부비동염이 되고, 비갑개(鼻甲介·코의 선반을 이루는 나선 모양의 뼈들)의 운동성을 떨어뜨리면 혈관운동성비염이 된다.

비염의 주요 증상은 코로나19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유행 후 ‘비염인’이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GettyImage]
비감기증후군에 의한 비염은 감기 후유증과 다르다. 양상이 변화하지 않고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코가 외부 자극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비염이다. 이외에 코 안 점막을 촉촉하게 적셔줘야 할 점액이 말라서 생기는 위축성비염·후비루(後鼻漏) 등도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겠다.

먼저 지독히도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알레르기비염을 보자. 코는 외부와 연결된 통로다. 평소 꽃가루, 먼지, 진드기 등 각종 이물질을 콧물로 씻어내리고, 재채기로 밀어내고, 가렵다고 신호를 보내 긁어 떨어져 나가게 만들고, 코 안을 부풀려 못 들어오게 막는다. 이러한 기능이 적절히 작동하면 좋다. 문제는 면역반응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날 때다. 그러면 우리는 휴지통을 부여잡고 살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알레르기비염 원인을 '수독(水毒)'이라고 한다. 코 점액의 주성분은 물이다. 점액은 인체의 양기로 활동성을 유지한다. 어떤 원인에 의해 체내 수분이 정체되거나 분포가 불균형해지면 점액의 운동성이 떨어진다. 이 상태가 알레르기비염이다. 이 상태를 극복하려면 정체된 수분을 배출하는 동시에 점액의 운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보통 알레르기비염에 걸렸다고 하면 "몸이 허약해진 탓이다. 좋은 영양제를 먹어 면역력을 키우자"고들 한다. 그렇지만 우리 몸 면역체계는 내가 강해지면 남을 내쫓고 이기는 단순한 방식으로 결코 작동하지 않는다. 면역체계의 핵심은 "내쫓고, 승리하고,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구별하고, 인식하고, 배제하는 것"이다. 소화기, 호흡기를 통해 끊임없이 들어오는 비자기(非自己) 사이에서 나, 즉 진짜 자기(自己)를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건강기능식품 따위에 의존할 게 아니라 본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면역력을 획득하고자 애써야 한다.

비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게 알레르기비염이라면 위축성비염과 후비루는 시대 변화로 최근 급증하는 질병이다. 이름이 다소 낯설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코가 마르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코 점액은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코 점막이 점액으로 촉촉이 젖어 있어야 바이러스나 세균을 비롯한 각종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 코 점액은 끊임없는 숨의 마찰로부터 콧속을 보호하는 구실도 한다. 점액이 말라버리면 세균과 바이러스가 코 점막에 쉽게 자리 잡아 역겨운 악취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복되는 공기 마찰로 코 안이 붉어지는 '발적(發赤)'도 나타나게 된다. 콧속이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재채기와 가려움, 심하면 따가움까지 일어날 수 있다. 후각 기능 또한 떨어진다. 비 온 뒤 숲 냄새가 더욱 싱그럽게 느껴지는 건 물에 향기 입자가 녹아서다. 코 점막이 마르면 냄새를 맡기 어려워진다. 더불어 코 가래가 목 뒤로 넘어가 끊임없이 가래가 걸리는 후비루 증상도 생길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 잘못된 수면 습관도 비염 유발

한의학에서는 위축성비염의 원인을 '음허(陰虛)'라고 한다. 점액의 운동성이 떨어져 발생하는 알레르기비염과 달리 위축성비염은 점액 생성 능력 자체가 떨어질 때 생긴다. 점액은 보통 야간에, 우리 몸이 편안함을 느낄 때 분비된다. 현대인은 끊임없는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또 잠을 쫓고자 커피를 마시고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로 인해 음액(陰液) 생성에 문제가 생기면 위축성비염이 발생할 수 있다.

비염을 치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원인과 증상이 제각각이고, 환자 개인의 생활 습관 및 체질도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염을 만성질환이라고 하는 건 잘 낫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본인 상태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알레르기비염이라면 점액의 운동성을 회복해야 하고, 위축성비염이라면 점액 분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대전제 아래서 본인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지긋지긋한 비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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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희
● 원광대 한의대 졸업
● 前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
● 現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 안이비인후피부과 재학 중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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