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패, 이젠 전정권 탓 못하겠네"..친문 커뮤니티, 단단히 뿔났다

박상길 2021. 10. 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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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문 대통령은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한복을 입고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이젠 이명박근혜 탓 못하겠네요"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특별 주문하자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이다.

게시자는 "문 대통령은 집값 떨어지는 게 싫은 건가요?"라며 "또 대출 풀라고 했네요. (주택) 공급하라고 이렇게 간절히 지시한 적이 있던가요?"라고 적었다. 누리꾼 A씨는 "집값이 오르기 전에 대출을 줄였어야지, 지금 올릴 만큼 다 올리고 대출 제한하면 흙수저들은 죽으란 말인가요"라고 말했다. 누리꾼 B씨는 "알고 보면 서민을 위하는 정부가 아니다. 다주택자만 예뻐한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도 결국 자영업자 저소득층 구조조정한거잖아요"라고 비판했다.

규제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전세 실수요자들은 "한숨 돌렸다"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초 다음주 발표될 정부의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전세 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담길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세 실수요자들은 크게 불안해했다. 곧 전세 대출이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전세 계약을 서두르는 임차인까지 생겨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를 다시 생각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속출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만 하더라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전세 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 범위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대부분 실수요자인 세입자들이 전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특히 서민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고승범 위원장은 14일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전세 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올해 4분기 전세 대출에 대해서는 총량 관리를 하는 데 있어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할 생각"이라며 방침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금융위의 입장과 관련해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특별 주문했다.

그러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정책 결정이 오락가락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네이버의 한 부동산 카페 게시판에는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전세 대출 규제한다고 한 게 일주일이나 됐나. 무슨 정책이 이렇게 일관성이 없느냐", "저럴 줄 알았다" 등의 냉소적인 글이 달렸다. 일부는 "반발이 심하니 전세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전셋값이 더 폭등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라거나 "전세 대출 가능해지면 매매까지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다"는 등 전셋값 상승과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매물이 늘고 있음에도 전셋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 1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923건으로 두 달 전 2만850건과 비교해 5073건 증가했다. 가을철 이사 성수기로 전세 매물이 귀한 시기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전세 매물 증가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꼽힌다. 작년 10월 15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9718건인 것과 비교하면 2.6배나 많은 물량이다.

그러나 전셋값 상승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 7월 3.3㎡당 1490만원에서 올해 7월 1910만원으로 28.2%(420만원) 상승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1년 전인 2019년 7월 1362만원이던 3.3㎡당 전셋값이 작년 7월 1490만원으로 9.4%(128만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정확히 3배 상승률이다.

세입자들은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 못 해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은 1만2567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39.4%(4954건)를 차지했다. 올해 7월 35.5%보다 3.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흔히 반전세로 통칭하는 월세·준월세·준전세의 비중은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새 임대차 법 시행 후 1년간(작년 8월∼올해 8월) 반전세 거래 비중은 35.1%(18만5273건 중 6만5088건)로, 법 시행 전 1년간 28.1%(2019년 8월∼작년 7월·19만6374건 중 5만5215건)에 비해 7.0%포인트 높아졌다.

법 시행 전 1년 동안은 반전세 거래의 비중이 30%를 넘긴 적이 딱 한 달(작년 4월 32.7%)밖에 없었지만, 법 시행 후 작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는 이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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