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구별 짓기가 아니다

2021. 10. 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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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돈의 기본소득세상]

[김상돈 고려대 겸임교수]
기본소득은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세련된 정책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사회경제적 발판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와 낙인효과가 없는 사회체제, 즉 새로운 분배체계로의 공정과 성장의 전환을 의미하는 소득보장정책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면 마땅히 받아야 할 경제적 기본권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구별 짓기가 없는 사회정책이다. 

구별 짓기라는 학술적 담론은 문화적 자본, 사회적 자본, 상징적 자본론으로 불리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정초하였으며, 그가 쓴 책이 구별 짓기다. 구별 짓기란 개인들의 취향이 계급, 학력, 혈통에 의해서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광범위한 실증 조사와 통계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취향은 선천적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살아온 사회적 조건에 의해 구성되는 미적인 성향 체계를 갖는다. 부르디외는 이것을 ‘아비투스’라고 정의한다. 아비투스는 가정배경 및 사회적 위치, 교육 환경, 계급 위상에 따라 후천적으로 체득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취향에 따른 사유방식과 행동을 의미한다. 구별 짓기는 포함과 배제의 논리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정책은 특정화된 대상으로 하였다면,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구별 짓기가 없는 정책이다.

기본소득이 구별 짓기 없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 반대자들은 구별 지으려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저부담 저복지, 중부담 중복지, 고부담 고복지에 대한 구별 짓기 논쟁이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이 저부담 저복지를 고수하는 듯하다. 그 이유는 조세 부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책 없는 선거 없고 증세 없는 정책 없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작금의 ‘저부담 저복지’ 사회에서 ‘중 부담 중 복지’ 사회로, 더 나아가 ‘고부담 고복지’ 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증세를 포함한 기본소득 재원마련방안(기본소득 목적세: 토지보유세,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을 함께 제시한 중 부담 중 복지의 정책공약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2023년부터 첫 시행 할 것이며 그해 모든 국민에게 연 25만 원으로 하는 부분(소액) 기본소득과 모든 청년에게 연 100만 원으로 하는 청년 기본소득으로 새로운 대한민국(기본소득 민주주의 국가)의 문을 열 것이다. 첫해 기본소득의 액수는 22조로 정부 예산의 구조조정의 방법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액수다. 이 후보는 주장한다. 임기 내 모든 국민에게 연 100만 원, 모든 청년에게 연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기본소득은 근본적으로 국민적 공감을 전제로 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그 액수는 국민적 공감을 전제로 증액 또는 감액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한 어조로 명확하게 주장한다.

두 번째는 좌파 정책이냐 우파정책이냐에 대한 구별짓기 논쟁이다. 기본소득은 진영논리와 구별 지을 수 없는 정책임에도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의 핵심적인 인사들은 무조건 좌파 정책이라고 치부하려 한다. 기본소득은 토마스 페인(1795년), 스펜스(1797년), 샤를리에(1848년)의 이론적 아이디어 구상으로 시작하였으며, 토마스 페인은 급진적이나 자유주의 사상가였고, 스펜스는 영국의 교사이자 활동가였고, 샤를리에는 사회주의 운동사에서 푸리에주의자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당대뿐만 나중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토마스 페인은 젊은이에게 기본재산을, 노인들에게는 기본연금을, 스펜스는 페인보다 더 진보한 기본소득을 주장했지만, 그 규모가 도시나 지자체 단위에 머물렀다. 반면에 샤를리에는 진정한 기본소득은 전국적 규모와 토지배당체제를 시행하자고 유럽에서 최초로 제기한 인물이다. 샤를리에의 주장은 그보다 200년 앞선 조선 중기(1589년) 위험한 사상가 정여립의 천하공물설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또, 신자유주의의 이론적인 지주인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 심지어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성공한 디지털 CEO들도 기본소득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특히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1982년부터 매년 한차례 영구기금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사실상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는 경제정책이냐 복지 정책이냐의 구별 짓기에 대한 논쟁이다. 기본소득은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노동, 토지, 화폐가 상품으로 전락 되어 한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전방위적으로 불평등하게 구조화되었다. 이 같은 사회 불평등과 소득 양극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 없는 자본주의 또는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노동자)에 대한 사회문제의 해법이기 때문에 경제정책과 복지 정책을 아우르는 구별 짓기 없는 사회정책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기본정책시리즈를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빈자와 부자 등의 이분법적 사고에 따른 갈라치기에 얽매이지 말고 위에서 언급한 불평등과 소득 양극화, 미래 없는 청년, 노동 없는 자본주의 사회(탈 노동)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사유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글을 마무리한다.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김상돈 고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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