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터키!]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터키에서 한눈에 반한 '뷰맛집' 정체

강예신 2021. 10. 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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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플러스, 터키 남동부 국내 언론 단독 취재
터키, 백신접종 완료 한국인 자가격리 면제
다라·진지리예 무슬림 신학교 등 스폿 소개
‘코로나 일상(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여행플러스는 9월 21~27일 터키 남동부 지역을 돌아봤다. 언론에 처음 공개되는 웅장한 신석기 유적지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샨르우르파, 마르딘, 가지안테프 등 터키 명소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9월 말, 터키에 다녀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후 첫 해외 출국이자 개인적으로 처음 방문한 터키였다. 그래서인지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만나는 현지인들, 지나치는 건물 하나하나까지 모든 순간을 기억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

코로나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각별히 대비해서 찾아간 터키는 어두운 시기와 상반되는 아름다운 풍경과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이 함께 반겨줬다. 꿈만 같던 일주일이 지나 지난달 말 귀국해 자가격리를 하며(이번달부터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터키에서 한국 입국 시 격리 면제가 적용된다) 사진첩을 가득 채운 마스크 쓴 여행 사진을 수십 번 살펴봤다.

샨르우르파에서 열린 타쉬 테펠러 심포지엄.

터키문화관광부와 터키관광진흥개발청(TGA)은 ‘돌 언덕’이라는 의미의 ‘타쉬 테펠러(Taş TEPELER)’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 역사와 수렵 채집인의 생활 방식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 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석기 시대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는 2021년 9월 23일 터키 남동부 샨르우르파(Şanlıurfa)에서 개최된 하이브리드 심포지엄 ‘세계 신석기 시대의 반영(Reflections of the Neolithic in the World)’에 초청받아 9월 21~27일 샨르우르파를 비롯한 터키 남동부 지역을 돌아봤다.

샨르우르파, 가지안테프 등 한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 지역들을 여럿 둘러봤지만, 그중 단연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역사적 의미도 깊으면서 요즘 SNS에서 핫한 동굴 포토존, 황홀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뷰 스폿까지 마련돼있는 보석같은 여행지, 마르딘(Mardin)이다.

▶터키 남동부 꿀빛 도시, 마르딘(Mardin)

터키 동남부 도시 '마르딘'

‘터키 동남부의 진주’로 불리는 마르딘은 깊은 역사와 다문화주의가 돋보이는 도시로, 가파른 언덕에 모스크와 교회를 비롯한 건물들이 빽빽이 채워져 있다. 석조 가옥, 좁은 골목길, 역사적 문화 유적지, 고대 여관, 그리고 훌륭한 요리까지 한데 어우러져 꿀 빛깔의 장관을 이룬다. 낮에는 메소포타미아 평야의 장엄함이, 밤에는 ‘하늘의 목걸이’로 불리는 언덕의 반짝이는 천 개의 불빛이 돋보이는 ‘풍경 맛집’이다. 마르딘에서 놓치면 안 될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1. 고대 도시 '다라'(Dara Antik Kenti)

고대 도시 다라 전경

세 개의 언덕 사이에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대 지하도시 ‘다라’. 과거 말을 타고 여행하던 사람들에게 인기 휴식처였다고 한다. 구멍 숭숭 뚫린 황톳빛 돌들이 두 눈을 가득 채운다. 마르딘 주변에서 가장 큰 유적지인 이곳은 동로마 제국의 중요한 전초기지였다. 이곳에서는 채석장, 바위를 조각한 무덤방, 수조, 고대 아고라, 지하감옥, 교회의 잔해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입장료가 따로 없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유적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아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았다.

포토존 가득한 내부
SNS에서 유행인 '동굴샷'을 찍을 수 있는 스폿

겉모습만 감상하지 말고 꼭 안쪽까지 들어가기를 추천한다. 내부에는 훨씬 많은 유적들이 보존돼있다. 인기 여행지를 찾아갈 때면 한참 줄 섰다가 뒷사람 눈치 보며 재빨리 찍고 가야 했던 자연 포토존, 동굴 스폿이 이곳에는 널려 있다. 훨씬 다양한 선택지에서 한적하게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다만 발 닿고 손 닿는 모든 곳이 유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히 신경 써야 한다.

2. 마르딘 골목길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계단이 많은 도시.

마르딘은 돌벽 사이의 좁은 골목길들, 수많은 계단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우면서도 아기자기한 매력을 자랑한다. 이곳에선 무언가 특별한 걸 찾아 헤맬 필요 없다. 양옆을 번갈아 보며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과 동네 풍경을 감상해보자. 몇 걸음 걷다가 자꾸만 멈춰 카메라를 들게 될 테다.

황금빛의 마르딘

마르딘은 터키의 대표적인 다문화주의 도시인 만큼 다양한 국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가득하다. 유럽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기념품 숍, 와인 가게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쇼핑하기에도 좋다. 다만 골목마다 갈림길이 많고 길이 좁아 매우 붐비기 때문에 일행과 떨어지지 않도록 긴장하는 게 좋다. 말을 걸어오는 현지 상인들에 시선을 잠깐 돌린 사이에 길을 잃기 쉽다.

높은 곳에 올라 뛰노는 터키 젊은이들
말과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양손에 양동이를 들고 나란히 걷는 아버지와 아들, 보기만 해도 손에 진땀이 나는 높은 곳에 올라 뛰노는 젊은이들, 사진 촬영을 위해 한참을 멈춰서 기다려준 환경미화원, 사진 찍는 기자의 포즈를 흉내 내던 아이들까지. 사실 관광지보다도 더 궁금하고 그리웠던 게 이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그 평범한 모습마저 보기 힘들어진 코로나 시대,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마르딘 주민들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이번 취재에 참여한 기자 중 다수가 유럽에서 왔다. 그래서인지 그들 사이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기자를 보고 오랜만에 본 동양인 관광객이 신기한지 자꾸만 눈이 마주쳤다. 먼저 인사를 건넸더니 웃으며 손을 흔든다.

3. 마르딘 재래시장

마르딘의 재래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 붐빈다.

농산물부터 간식, 특산품, 생필품, 기념품까지. 마치 우리 전통시장을 찾은 듯 붐비는 사람들과 손님을 이끄는 상인들의 목소리로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특히 염소젖으로 만든 비누 가게가 인기다. 마르딘 여행의 하이라이트, 진지리예를 가기 전 이곳을 거쳐 지나가보는 걸 추천한다.

먹거리부터 기념품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영어로 소통이 잘 되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 있는 물건의 가격을 물으면 계산기를 가져와 친절하게 가격을 알려준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사진 찍는 걸 허락해주고, 심지어 매우 반기는 분위기라 놀랐다. 꼭 구매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시식도 해보고 사진도 남길 수 있으니 골목 깊숙이까지 이어지는 재래시장을 방문해보시길.

다만 매우 혼잡스럽고 대부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 있어 코로나 상황이 좋아졌을 때 더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기자는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거리두기 등을 최대한 지켰다. 유럽 기자 중엔 마스크에 구애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4. 진지리예 무슬림 신학교(Zinciriye Medrese)

마르딘의 '뷰맛집'에 올라 감상한 일몰.

해지기 전, 서둘러 계단을 오르고 올라 진지리예 신학교로 향해야 한다. 이곳 가장 꼭대기에는 마르딘 최고의 전망을 감상하며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자천타천 마르딘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계단을 한참 오르면 진지리예 신학교가 나타난다.

​마르딘에는 진지리예와 카시미예 신학교가 있다. 그중 높은 언덕에 있는 진지리예 메드레세는 많은 여행객들이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러 찾는 인기 스폿이다. 올라가는 길에는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이들이 계속 말을 걸어온다. 이곳에서 찍는 사진보다 위에 올라가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니 미안함을 뒤로 하고 힘을 내 올라가 보자.

학교 바로 앞에서 내려다본 풍경.

​진지리예 신학교 바로 앞에 도착해 감상한 뷰. 골목에서는 고개를 위로 바짝 들어야 보였던 그랜드 모스크 ‘울루 자미’의 미나렛(첨탑)이 내려다보인다. 맞은편 건물 테라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일몰을 보러 열심히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거리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코로나 이전 모습을 보진 못 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는 것 같다.

커다란 두 개의 돔이 있는 옥상에서 감상한 일몰

​좁은 계단을 올라 건물 맨 위에 도달하니 절로 탄성이 나왔다. 커다란 돔 두 개 뒤로 펼쳐진 노을 지는 하늘과 메소포타미아 평원, 마르딘 구시가지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학교 앞에서 불과 계단 몇 개 더 오른 건데, 이렇게 다른 뷰가 펼쳐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만큼은 인증 사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서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게 되는 절경이다. 터키에 와서 처음으로 가족, 친구들에게 화상 통화를 걸었을 정도로 혼자 보기 아쉬운 순간이었다.

해가 저물고 조명이 들어온 마르딘의 저녁.

해가 지고 마르딘과의 작별인사를 할 시간. 꿀 빛깔의 도시가 어둠에 잠기고 조명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니 또 다른 분위기였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노래와 춤을 즐기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아쉬움 발걸음을 뗐다.

▶터키의 '숨은 진주'를 떠나며

​시리아와 매우 근접해 있어 혹시나 위험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던 마르딘 여행. 그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과 수많은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이 좋은 곳을 왜 이제 알았나 싶은, 터키 전체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만족스러웠던 도시다. 하루 일정이어서 모스크나 교회 등을 더 둘러보지 못한 점, 깜깜해진 밤하늘에 목걸이와 같은 마르딘 야경을 감상하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찾는 법. 다음에 마르딘을 방문할 때에는 마스크 없이 현지인과 더 많은 대화도 나눠보고, 시장에서 맛있는 간식도 실컷 먹고 싶다.

현지를 취재하면서 훗날 코로나19의 먹구름이 걷히면 해외 여행지를 물색할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접종완료율이 올라가면서 ‘위드 코로나’ 논의가 활발해져 여권을 들고 여행길에 오르는 날이 곧 올 듯한 기대도 생긴다. 마르딘의 밤 하늘을 감상할 날이 곧 올 수 있을까.

[글·사진 / 샨르우르파(터키) =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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