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미현 MBC에브리원 이사 "디지털 혁신의 시대, 결국 콘텐츠가 답"

박세연 2021. 10. 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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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브리원 윤미현 방송이사는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채널이 살아남기 위한 비결로 '콘텐츠의 힘'을 꼽았다. 제공|MBC에브리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건, 디지털 디스럽션(digital disruption·파괴적 혁신)에 적응하지 못 하는 거죠. 기술이 변화하는데 어쩌겠냐 체념하는 분도 있지만, 거기에 도전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게 MBC에브리원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건 결국 콘텐츠 밖에 없고요."

MBC에브리원이 미디어 콘텐츠 홍수 시대,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변화에 나선다.

MBC에브리원은 MBC플러스 예능 전문 채널로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달아 선보이며 TV 안팎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이 처음인 외국인 친구들의 리얼 한국 체험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대한외국인과 한국 스타들의 쫄깃 퀴즈 대결 '대한외국인' 등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MBC에브리원 오리지널 콘텐츠다.

방송가 화제몰이 일등공신으로 사랑받은 장수 토크쇼 '비디오스타'에 과감하게 마침표를 찍은 MBC에브리원은 올 10월 들어 신규 프로그램을 줄줄이 론칭하며 실험적인 변화에 나섰다. 단순 일회성 화제몰이가 아닌, 오랫동안 시청자와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자리잡게 하려는 MBC에브리원의 큰 그림인데, 이같은 변화의 일선에는 지난 3월 MBC플러스로 자리를 옮긴 MBC에브리원 윤미현 방송이사가 우뚝 서있다.

윤 이사는 MBC 35년 경력 베테랑 PD다. 1986년 MBC 최초의 여성 TV PD로 입사, '북극의 눈물', '휴먼다큐 사랑'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물을 기획, 연출하며 MBC를 다큐 명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MBC 다큐가 꽃피우던 시기를 지나 후배들에게 현장을 물려준 그는 지난 3월 MBC를 떠나 MBC플러스로 자리를 옮겨 제작진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방송 본부장으로서의 중책을 맡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공격적인 시장 점령에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의 영향력이 현저히 작아지고 있는 현실. 지상파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윤 이사가 케이블채널인 MBC에브리원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어떨까.

"TV로 송출되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지상파와 케이블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OTT가 기존 미디어 시장을 파괴하고 있는 디지털디스럽션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크죠. 혹자는 이러한 시장 파괴에 '발밑이 들린다'고도 하더군요. 빠지면 블랙홀로 떨어지는 시대인 거죠."

윤미현 이사는 MBC에브리원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감'의 힘이 중요하다 밝혔다. 제공|MBC에브리원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격변의 미디어 시장이지만 윤 이사가 찾은 답은, 역시나 '콘텐츠'다.

"이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시대에, 결국은 콘텐츠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 때문이 아니라 고객, 시청자 니즈의 변화인 거죠. OTT가 시청자에 더 잘 어필되는 이유도, 그게 시대에 맞는 것이거든요. OTT는 시청자가 원하는 걸 주니까요.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디바이스를 통해 보는 것. 그게 시청자의 니즈인데 케이블이나 지상파는 실시간 방송이기 때문에 그걸 원하는 시간에 줄 수 없는 거죠."

시청자는 OTT를 원하고, OTT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대. 하지만 제아무리 OTT라 해도 시청자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순 없는 만큼, 콘텐츠 공급의 측면에서 OTT와 방송사 역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윤 이사는 "우리 입장에선 콘텐츠를 팔 수 있는 OTT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서 오는 수익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실인 만큼, (시청자가)'원하는 시간'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좋은 콘텐츠"라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쓴 한국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만 봐도 '킬러 콘텐츠'가 지닌 힘은 극명하다. 윤 이사는 "누가 킬러 콘텐츠를 가졌느냐가 결국 미디어 사업계에서 디지털 디스럽션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MBC에브리원도 더욱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들이 OTT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 속 TV는 광고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져 전통의 방식만을 고수해선 제작비 충당도 어려운 것이 현실. 지상파들이 고전하는 반면 케이블채널은 이같은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오히려 위기를 기회 삼아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본사를 떠나 MBC에브리원에서 보낸 7개월. 윤 이사가 느끼는 MBC에브리원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윤미현 이사가 MBC에브리원의 신규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공|MBC에브리원
"무엇보다 프로그램 만들고 싶은 열정이 굉장히 강하다는 게 느껴져요. PD들이 생각하는 기획안이 신선하고 다양하죠.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좋았고, 두번째로는 우리는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덜 부담스럽게 할 수 있고, 그런 면에서 프로그램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죠."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하지만, 모든 방송사의 숙명이듯 관건은 제작비고, 이는 방송 총책임자인 윤 이사의 몫이기도 하다.

"이제는 시청률=광고라는 커플링이 끊어졌다고 생각해요(디커플링). 그래서 이제는 예전과 달리 OTT에 선판매하고, 공동제작을 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어요. 저는 제작비 규모를 줄이지 말라고 주문합니다. 제작비를 줄이면 프로그램이 쪼그라들거든요. 일단 제작을 하고, 어떻게 제작비를 되찾아 올 지(리쿱·recoup)를 고민하는 거죠. 커진 제작비를 줄이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의 제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획안이 좋으면 방법이 늘 있더라고요. 저는 PD들에게 '돈 없어서 못 했다는 얘기 하지 말라'고 해요. 제작비는 어떻게든 저희가 책임지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MBC에브리원 구성원들만큼이나 열정으로 일하는 윤 이사는 그렇게 콘텐츠에서 방송사의 미래를 보고 있다.

그런 그가 이 코로나19 시대에 착안한 키워드는 '연애', '운동', '위로'다. 이러한 키워드 속에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뚫고 현실화 된 기획안의 주인공은 추억 공감 예능 '떡볶이집 그 오빠', 현실 연애 토크쇼 '끝내주는 연애', 생활 속 운동 관찰 리얼리티 '브래드PT & GYM캐리'다.

'떡볶이집 그 오빠'는 지석진, 김종민, 이이경 세 '오빠'가 야심차게 오픈한 떡볶이 가게에서 매콤 달달한 떡볶이와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을 맛깔나게 담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4일 첫 방송 후 시청자들에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

12일 첫 방송된 '끝내주는 연애'는 짝사랑을 끝내고 싶은 짝남짝녀에겐 사랑의 출발에 힘찬 응원을, 현재의 문제점을 고치고 싶은 위기의 커플에겐 따끔한 조언을 건네는 현실 연애 토크쇼다. 데이트 재연이 아닌, 실제 커플의 모습을 직접 관찰한다는 점이 여타 연애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인데 '대세' MC 붐을 시작으로 온주완, 치타, 초아, 이은지가 특급 연애코치로 나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

여기에 오는 22일 첫 방송되는 '브래드PT & GYM캐리'는 건강, 살 때문에 고충을 겪는 주인공들에게 맞춤형 PT를 제안하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아낸 ‘생활 속 운동 관찰 예능 리얼리티’이다. 건강하면 빠지지 않는 김숙, 이현이, 이기광이 3MC로 합류해 운동이 필요한 시청자를 TV 앞으로 이끌어 올 예정이다.

'브래드PT&GYM캐리'의 김숙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윤미현 이사. 제공|MBC에브리원
고객 니즈 중심으로, 이 시대 시청자가 원하는 추억, 위로, 공감을 전하기 위한 MBC에브리원의 시도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꽤나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 윤 이사는 "에브리원의 주요 시청층은 주로 2544 여성 타겟으로 나타나는데, 드라마 채널은 2549 여성이다. 또 '어서와 한국'의 경우 3040 여성이 많이 본다"며 타깃 시청층을 고려한 선택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이사가 갖고 있는 궁극의 포부는 자사 프로그램을 장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윤 이사는 '무한도전', '하이킥' 등 오랫동안 사랑받은 MBC 프로그램들을 예로 들며 향후 자사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면 얼마나 갈까를 생각해요. MBC M 채널에서 '무한도전'을 틀고 있는데, 시청률이 지금도 너무 잘 나온답니다. 미국에 '왈가닥 루시'라는, 1950년대에 제작된 흑백 프로그램인데, 지금도 어디선가 TV에서 하고 있는 거죠. 그 프로그램이 40년 50년 넘어서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무한도전'을 보면서 '이건 계속 살아남을 것 같다, 20년 30년이 지나도 어느 채널에선가 계속 나오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 이사에 따르면 2006~2007년 방송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도 VOD 순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21년 방송되고 있는 '놀면 뭐하니'가 2010년대를 호령한 '무한도전', '하이킥'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장금', '전원일기' 등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어디선가 소비되고 있는 '스테디 셀러'가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콘텐츠는, 유통기한이 없는 것"이라는 윤 이사의 소신은 일견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태호 PD가 선봉에 섰던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를 비롯해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등 시대를 대표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예능이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선 "창의성에 대한 믿음, 지원이 바탕에 깔린 MBC의 힘이었다 생각한다"며 "이 곳도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공간으로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미현 이사는 MBC에브리원 구성원들의 실험과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장수 예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제공|MBC에브리원
"제가 PD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더라고요. 안 하려고 노력은 많이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MBC에브리원도 창의성과 열정, 승부욕이 공존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 PD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많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합니다. 우리가 기획안이 없어서 프로그램을 못하지, 돈이 없어서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여전히 미디어 책무의 최일선에 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고전하고 있는 지상파와 달리, 더 이상 케이블 채널은 '한계'가 아닌 '도전의 장'이 됐다.

"MBC에브리원이 2007년 개국해 이제 14년 됐어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는 제작역량 우수상도 받았는데, 오리지널 제작이 오래 됐고 자체 제작 인력이 있는 만큼 콘텐츠 제작 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분명 있어요. '어서와 한국', '대한외국인' 등 장수 프로그램도 분명히 있는 만큼 인지도 면에서도 타 채널에 비해 경쟁력이 있죠. 우리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MBC의 킬러 콘텐츠도 틀 수 있는 만큼 좋은 위치에 있고, 윈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PD들과 함께 기획회의를 하며 "내 안에 아직 열정이 있다는 걸 느꼈다"는 윤 이사는 인터뷰 말미, 프로그램의 본질인 시청자의 '공감'에 대한 소신을 전했다.

"한동안 제작을 떠나 비제작 부서에 있다 돌아왔는데, 제작하는 게 너무 좋아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사람들에게 많은 기쁨을 주는 과정인 것 같아요. 교양이나 예능이나 비슷한 게, 모두 '공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프로그램이 결국 성공하는 거니까요. 우리 젊은 PD들이 내놓는 아이디어와 기획안 중 특히 신선하고 신박해 고무적입니다. 내년에는 아주 에지 있는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어요."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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