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80%에 소상공인은 '반발', 제외된 여행·공연업계는 '낙담'

최현주 입력 2021. 10.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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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단비는 맞지만 기대했던 해갈은 아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보상안에 대해 정작 소상공인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뭄의 단비는 맞지만 기대했던 해갈은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해 지난해 3월부터 교회‧클럽‧헬스장 같은 다인이용시설 운영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8월부터는 50명 이상 집합 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에 따라 결혼식 같은 행사를 아예 진행하지 못하는 기간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 오후 9시 이후 음식점 등 영업시간 제한 규제도 시작됐다.

폐업하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한 중고 주방용품 판매점에서 폐업한 음식점에서 나온 주방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중앙포토]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 조치는 소상공인의 폐업으로 이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국내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매출 감소(45%)다. 통계청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자영업자 수는 555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8월 대비 11만2000명이 감소했다.


“문 닫으라더니 80%만 보상”


그간 정부는 5차에 걸쳐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정액으로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이번 손실보상제도를 통해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한 지난 7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인한 소상공인 손실의 80%를 보상하기로 했다. 나머지 20%는 방역 조치가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적 요소 때문이라고 봤다.
자영업자 10명 중 4명 ‘폐업 고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소상공인들은 하지만 "100%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김기홍 자영업자비대위원장은 “정부 행정명령으로 인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은 업종을 지원한다는 게 손실보상 논의의 주요 쟁점인데 미흡한 부분이 있는 만큼 시행령 개정안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손실보상액에 대해서는 커다란 실망을 표하고 있다.

손실보상금은 ‘일평균 손실액 × 방역조치이행일수 × 보정률’로 계산한다. 일평균 손실액은 ‘2019년 대비 올해 동월 일평균 매출감소액 × 2019년 영업이익율과 매출액 대비 인건비‧임차료 비중의 합’이다. 이 계산대로 영업이익률 10%, 인건비‧임차료 비중 22%인 음식점의 손실보상금을 계산해봤다. 2019년 월 3600만원의 매출을 거둔 음식점의 올해 월 매출이 2400만원으로 감소해도 손실보상금이 320만원 선에 그친다.

폐업 고려 이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방역조치 직격탄 맞은 여행·공연업 보상 없어”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 된 방역 조치인 인원 제한 업종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불만도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인원 제한은 2단계(모임 8명)부터 시작된다. 소상공인들은 3단계(모임 4명)와 4단계(모임 4명, 오후 6시 이후 2명)는 ‘사실상 봉쇄’로 본다. 인원 제한 조치도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여행업이나 공연업은 개점휴업 상태지만, 이번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월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발표한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여행업으로 등록된 업체 202곳이 폐업했고 4155곳이 사실상 폐업한 상태다. 권병관 우리여행협동조합 이사장은 “집합 금지와 정부의 여행 자제 요청으로 고사 상태인데 아무런 보상대책이 없다”며 “되레 대형 여행사는 고용유지지원금(월급 80%)를 받지만 중소 여행사는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의당 의원들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방역수칙 4단계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보상이 절실한 영세 소상공인이 되레 더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식점 같은 작은 가게는 개별 매출액이 적어 현금 매출 비중이 크고 간이 과세자가 많아 실제 매출과 국세청에 신고한 매출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실보상금의 매출 기준은 납세 기준이라 실제 손실보다 보상금이 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실보상제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있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에 대해서만 보상이 이뤄져야 하냐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41‧서울 마포구 공덕동) “소상공인만 힘든 것은 아닌데 장사 안 되는 것만 나라가 보상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손실보상제만으로 어렵다면 정부 각 부처 내 기금 활용 등 재난 지원금 명목으로라도 손실보상 사각지대 업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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