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주린이가 '주식도시락' 만든 사연

나원식 2021. 10. 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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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원 이마트24 마케팅팀 파트너 인터뷰
젊은 층 주식 투자 증가에 착안..완판 행진
편의점 트렌드 선도.."새로운 협업 이어갈 것"

편의점에서 하는 '행사'는 뻔하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거나 두 개를 사면 하나를 주는 식의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주를 이룬다. 편의점 점포에는 곳곳에 '1+1', '2+1'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햄버거의 경우 종종 콜라나 사이다, 우유 등 음료 제품을 덤으로 준다. 이런 행사 상품을 둘러보는 건 편의점을 이용하는 쏠쏠한 재미거리다. 다만 이런 행사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지난 7월 이마트24가 그간 듣도 보도 못 했던 신선한 행사를 선보였다. 도시락을 구매하면 콜라도 사이다도 아닌 주식을 주겠다는 행사다. 이마트24는 하나금융투자와 손잡고 '주식도시락'을 기획했다. 4900원짜리 도시락을 사면 동봉된 쿠폰을 받는다. 이 쿠폰으로 이마트24와 하나금융투자에 가입한 뒤 주식 1주를 받는 방식이다. 네이버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의 주식 중 무작위로 1주를 줬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통했던 걸까. 주식 도시락은 그야말로 히트 상품이 됐다. 지난 7월14일 1차 판매를 개시한 뒤 이틀 만에 발주가 2만개를 넘어섰다. 이마트24는 부랴부랴 발주를 중단시켜야 했다. 매장에 입고된 도시락 2만개는 3일만에 완판됐다. 이런 호응에 따라 같은 달 28일 2차 판매를 시작했는데 첫날에만 1만5000개가 판매되며 흥행을 이어갔다. 주식도시락은 총 5만개가 판매됐다.

얼마 전부터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는 했다. 주식도시락이 이런 투자 열풍 흐름에 맞춘 마케팅 전략이라는 점까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도시락과 주식은 도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 연계한 걸까. 사실 뜬금없다는 느낌마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이가 누군지 궁금했다. 주식도시락 마케팅을 기획한 황수원 이마트24 마케팅팀 파트너를 인터뷰했다.

황수원 이마트24 마케팅팀 파트너. /사진=이마트24 제공.

주식(主食)과 주식(株式)

황수원 파트너는 지난 2017년 말 이마트24에 입사해 점포 개발 지원팀에 근무하다 지난해 전략마케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로 이마트24의 신상품과 차별화 상품, 서비스 등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지금은 이마트24 앱 중심의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

황 파트너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도대체 왜 주식과 도시락을 연계한 것일까. 그의 설명은 '주식 도시락'이라는 존재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밥을 의미하는 주식(主食)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株式)의 발음이 같다는 점에서 착안해 도시락으로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뜬금없을지 몰라도 이런 점은 실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역할을 했다. 흥미 끌기에 좋았다.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 세대)는 무엇보다 재미를 추구한다.

황 파트너는 "2030 세대에서 쇼핑보다 투자가 더 좋다고 할 정도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파악해 재미와 혜택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젊은 층의 주식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내놓은 '상장법인 개인소유자 보유금액 현황'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20대는 2019년 38만여명에서 2020년말 107만여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30대 주식 소유자 역시 같은 기간 107만여명에서 181만여명으로 늘었다.

주식도시락은 젊은 층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하나금융투자가 주식도시락 구매 후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20~40대 고객이 전체의 72%가량을 차지했다. 황 파트너는 "유통 업계와는 전혀 다른 영역인 금융 업계와 진행하는 협업이라 부담감이 컸다"며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하나금융투자에서도 이벤트를 통해 신규 고객이 많이 유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뿌듯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식 투자' 입문 도시락

주식도시락은 단순히 매출만 많이 기록한 게 아니었다. 다양한 파급 효과를 낳았다. 일단 이마트24 점포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2차 판매가 진행된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마트24 전체도시락 매출이 전주보다 56% 늘었다. 주식도시락의 흥행이 전체 도시락 상품군 매출을 견인한 셈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데에도 일조했다. 이 제품을 통해 하나금융투자에 신규 가입한 수는 2만5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황 파트너는 이런 관심을 주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인들은 도시락을 구매한 뒤 인증샷을 보내줬다. 사내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황 파트너는 "점심시간에 편의점에 가서 주식도시락을 사서 먹고, 어떤 주식을 받았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실제 어떤 직원은 좋은 주식을 받아 같은 팀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주식도시락'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으니 황수원 파트너도 주식의 고수가 아닐까 궁금했다. 하지만 황 파트너는 본인을 '주린이'라 표현했다. 주식 투자 초보자라는 의미다. 황 파트너는 "지난해만 해도 주식이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며 "회사 월급을 예금과 적금에만 쌓아두다가 주변에서 재테크, 주식 투자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뒤늦게 주식에 입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정도로 '주린이'이었던 저도 주식도시락을 만들면서 주식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황 파트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주식 도시락을 구매한 뒤 주식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는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파트너는 무엇보다 고객들이 도시락 자체에 대한 좋은 평가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주식을 덤으로 주는 것도 좋지만, 반찬도 넉넉하고 맛있다는 후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주식을 위한 구매 고객도 있었지만 그냥 도시락을 즐기기 위해 구매한 고객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마트24의 '딜리셔스 아이디어'

이마트24는 신세계 그룹의 자회사다. 대기업 문화에서 '주식도시락'라는 낯선 아이디어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이유가 있다. 이마트24는 최근 새로운 슬로건으로 '딜리셔스 아이디어'를 내걸었다. 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맛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마트24 딜리셔스 랩(Delicious LAB)을 신설하기도 했다.

/사진=이마트24 제공.

딜리셔스 아이디어에서 중요한 한축을 차지하는 게 또 있다. 마케팅이다. 차별화된 마케팅 역시 딜리셔스 아이디어의 중요한 요소다. 이마트24는 주식도시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로 편의점 업계에서 이슈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와 손잡고 무료 이용권을 담은 왓챠 팝콘이 또다른 성공 사례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주식도시락'이 출시될 수 있었다는 게 황 파트너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 주식 도시락 기획안을 제안했을 때 팀장님과 상무님이 모두 찬성해주시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주셨다"며 "도시락을 생산하는 바이어와 신선식품팀 등 유관부서에서 적극 도와준 덕분에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식도시락은 편의점 업계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최근 BGF리테일은 유안타증권과 손잡고 편의점 CU에서 1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1만명에게 최대 138만원 상당의 주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GS25 운영사 GS리테일 역시 1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1등 경품으로 내걸고 지난달 이벤트를 진행했다.

황 파트너는 "이번 주식도시락의 성공은 단순히 한 건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이마트24가 맛있는 먹거리와 기분 좋은 경험이 가득한 편의점이 되도록 차별화한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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