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연애의 단면/김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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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교 교각 아래 한 무리의 비둘기 동무들이 삽니다.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 얼마나 근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한없이 주되 되돌려받고 싶은 마음 없을 때 애인은 빛이 납니다.
바라보면 한없이 평화롭고 좋아서 얼굴에 환한 박꽃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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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단면/김기림
애인이여
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폭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
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성동교 교각 아래 한 무리의 비둘기 동무들이 삽니다. 내가 구구구 부르면 우루루 달려옵니다.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 얼마나 근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동무들은 내 어깨 위에도 앉고 손바닥 위에도 앉습니다. 머리 위에 앉는 이도 있지요. 손바닥에 셋이 앉을 때는 좀 힘이 들어 “두 분만 앉으세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애인이란 게 별건가요. 사랑하는 마음 한없이 주되 되돌려받고 싶은 마음 없을 때 애인은 빛이 납니다. 애인은 밤하늘의 은하수 같지요. 바라보면 한없이 평화롭고 좋아서 얼굴에 환한 박꽃 피어납니다. 애인을 가지려 한다는 것, 은하수를 소유하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입니다. 애인은 종이배입니다. 자주달개비꽃 한 송이 실어 강물에 띄웁니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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