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72%는 발전·산업..새 감축 목표 부족한가 과도한가

최우리 2021. 10.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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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 숫자 너머의 진실][탄소감축, 숫자 너머의 진실-(하) 갈등빚는 국내 감축]
지난달 28일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계의 간담회가 예정된 중구 대한상의 회의실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탄소배출 산업계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의 시위로 이날 간담회는 취소됐다. 연합뉴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엔디시)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지난 8일 발표된 정부안에서 해외 감축 목표뿐 아니라 국내 감축 목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지구온난화의 장본인이라 할 만큼 발전·산업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 비중은 크다. 정부는 발전 부문의 배출량을 2018년(2억6960만톤)보다 44.4%, 산업 부문의 배출량을 2018년(2억6050만톤)보다 14.5%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처음 제시된 목표안보다 목표 감축량이 각각 상향 조정되었으나, 산업계의 반발도 기후환경계의 반대도 함께 거세진 형국이다. 일견 현실성 대 당위성의 대결 양상을 띠지만, 현재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에 대한 산법 차이가 또 숨어 있다. 분명한 것은 산업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면 엔디시는 공허한 숫자와 구호에 불과하고, 2030년, 나아가 2050년 또한 미래가 알아서 감당할 세계밖에 되질 않는다.

국내 주요 탄소 배출원은 발전(에너지)·건물·수송·폐기물·농축수산 부문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분야가 발전(특히 석탄)과 산업이다. 역대 최대로 탄소를 배출한 2018년도 기준으로 전체 72%를 차지한다. 정부로서도 국내 부문의 탄소배출을 지난해보다 더 옥죄려는 기조는 선명하다. 산업·보수 쪽 반발은 그만큼 더 커졌고 갈등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엔디시)를 통해, 지난해 내놓은 목표치(5억3600만톤)에 약 1억톤(9950만톤)을 추가 감축하겠다며 이중 발전 부문에서 4280만톤(기존 감축 목표량은 7690만톤), 산업부문에서 2120만톤(기존 1670만톤)을 더 줄이겠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1억톤 기준으로 둘의 추가 감축비중이 64%일 만큼, 기실 두 부문의 선도가 없으면 엔디시 자체가 무력해지는 구조다.

추가 감축량의 기준년도인 2018년 실제 배출량과 비교하면 발전 부문이 2030 엔디시를 ‘하드캐리’(견인)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총 2억6960만톤(전체 배출량의 37.1%)이다. 이번 상향한 목표안대로라면 남은 8년 동안 발전 부문은 2018년 해당부문 배출량의 44.4%(1억1970만톤)를 감축하는 경로를 밟게 된다. 28.5%(7690만톤)를 감축하겠다는 당초 목표에서 1.6배가량 더 늘려 잡은 결과다.

이에 산업계만 ‘반발’하는 건 아니다. 2030년 세계 석탄발전량을 7.9%로 줄여야 ‘2050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전망과 비교하면 국내 석탄 감축 속도는 더디다. 선진국의 석탄 발전은 2030년까지 중단해야 개발도상국의 남은 석탄 발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할 수 있단 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는 2031~34년 중 폐지 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한 하동·태안·영흥 5·6호기를 조기 폐기할 경우 탄소 970만톤을 추가 감축할 수 있고, 조기 폐기하는 발전소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지원을 규정한 법안을 제정하자는 안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상향된 엔디시의 산업부문을 따져보면, 2018년 배출량 2억6050만톤 기준 14.5%인 3790만톤을 감축 목표로 삼는 데 그쳐 비판에 더 취약하다. 탄소 총배출량의 35% 이상이 산업부문이 유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4.5%는 책임 측면에서 결코 크지 않다. 기존 엔디시 감축목표 6.5%(1670만톤)에서 8%포인트(2120만톤)를 더 늘인 것이긴 하나 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탄소 총감축량을 26.3%에서 40%로 늘리고 이를 위해 발전부문 감축량은 28.5%에서 44.4%로 끌어올린 데 있어서나,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적은 부문에서의 추가 감축 정도(폐기물 17.3%, 건물 16.5%, 수송 13.6%)와 비교해도 결코 적정하다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산업계가 정부안을 강하게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는 경영상 부담 때문이다. 제조업이 많은 한국 기업 특성상 공정 과정에서의 설비 전환 비용이 크다. 국내에서 확대 속도가 느린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 이용이 불투명하고, 전환 과정에서의 석탄화력·내연기관 완성차나 부품차 관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위한 재교육·재취업 등 다각도 대비가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전국경제인연합이 지난달 6~16일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대상 업체 350곳을 대상으로 2030 엔디시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126개 업체 중 68.3%(86곳)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 감축’ 목표가 과도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2030 엔디시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응답도 84.1%(106곳)였다. 와중에 정부 목표치는 40%로 커진 셈이다.

불안, 우려가 한국 기업만의 태도는 아니다. 한국과 산업 구조가 유사한 독일도 올해 5월 탄소중립 목표년도를 2045년으로 앞당기고 2030 엔디시를 2018년 배출량(8억5800만톤)에서 65%를 감축한 4억3800만톤만 배출하기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함에도 산업계 요구 등으로 2030 엔디시 산업부문의 감축량을 2018년 배출량 중 7200만톤만 감축(8.3%)하는 데 그쳤다. 다만 독일의 산업계는 2030~2045년 1억톤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즉, 2030년까지 에너지 부문 2억톤, 수송 부문 7300톤을 줄이며 감축을 이끌고 2030년 이후 두 부문만큼 산업부문에서도 주력하겠단 취지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최근 2년 동안 지디피(GDP) 1~2%인 800억유로(110조원 이상)을 기후위기 대응에 지출하는 등 기업 지원을 늘렸다.

불투명한 탄소 감축 비용은 산업계 불안감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다만 2000년께 기후위기 대응을 본격 시작한 유럽과 달리, 사실상 지난해부터 실행 의지가 가시화된 국내 사정도 무시되긴 어렵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당도하리란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경제·환경학계를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 탄소중립이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대전제에서 △한국 산업계 특수성을 고려하고 △국가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인식 아래 현실적 고민이 치열하게 더해져야 한단 얘기다. 대응이 빨랐고 금융·전력 분야 산업이 발달한 영국조차 지난해 12월 펴낸 ‘탄소예산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탈탄소 기술 도입→비용 증가→증세 등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가 경제적 부담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이어가는 중이다.

한 탄중위원은 “산업부문이 탈탄소할 수 있도록 기업에게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정부는 재정을 지원할 수 있고, 싼 물건이 좋다는 기존의 소비자 인식도 바꿔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빅딜’이라고 한다”며 “제조업 특성상 설비 교체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경영에 부담이 적지 않다는 연구결과들도 논의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앞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비용을 추산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일단 정부가 적정한 시점에 단기적 부담과 장기적 편익 등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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