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는 히틀러, 페북이 키워" 노벨상 수상자 둘다 때렸다

박형수 입력 2021. 10. 15. 05:00 수정 2021. 10. 15.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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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히틀러와 비슷하다”면서 “페이스북은 그의 포퓰리즘적 거짓말을 유포시켜 결국 두테르테를 키웠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장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는 마리아 레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레사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 ‘래플러’의 창업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두테르테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 또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두테르테 정권 못지않게 작심 비판해왔다.


“페이스북 통해 두테르테 성장”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레사는 두테르테는 히틀러에, 페이스북은 밴드웨건에 비유했다. 밴드웨건은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요란한 음악을 연주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곡예단과 악대를 말한다. 레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같은 밴드웨건이 있었기 때문에 두테르테와 같은 선동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둘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두테르테의 포퓰리즘적 수사학은 히틀러와 같은 방식으로 일견 매력적”이라며 “분노와 증오로 엮인 두테르테의 거짓말은 페이스북에서 사실보다 빠르게 유포돼 그의 세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대중 선동과 막말정치로 지지 기반을 다져온 두테르테에게 페이스북이 더할나위없는 날개를 달아줬단 의미다. 레사는 “두테르테 이전에는 누구도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대로 인정했다”면서 “페이스북과 두테르테는 사실을 망가뜨리고 사회를 양극화시켰다”고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로이터]


실제로 레사는 필리핀 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 가짜 계정 26개를 발견한 바 있다. 두테르테 정부는 이 계정을 통해 근거 없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반정부적인 언론인과 정치인을 공격해왔다. 레사는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격해온 대상 중 하나다.


“인간의 비인간화, 나치가 했던 일”


레사는 “지금껏 거의 50만 개의 소셜미디어 계시물이 나를 공격했다. 60%는 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고, 40%는 성차별·여성 혐오를 동원해 나 자신을 무너뜨리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짐승으로 불렀다. 또 내 얼굴에 남성의 성기를 합성해 소셜미디어에 유포했다”고도 했다.

그는 “이처럼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행동은 실제로 나치가 했던 일”이라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허용했고, 이건 범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간 두테르테 정권은 레사와 래플러의 기사에 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하수인’ ‘범죄자’ ‘가짜뉴스 아울렛’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에 밉보인 레사는 탈세 의혹 등으로 수차례 체포됐다.
깨진 유리 이미지에 합성된 페이스북의 로고. 최근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유포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등 신뢰성에 금이 갔다. 연합뉴스


두테르테 지지자들, 온라인서 모욕·협박


평소 레사는 정부 탄압보다 일반 시민들의 공격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밝혀왔다. 두테르테 지지자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사에게 “쓰레기” “기생충” “민중의 적”같은 비난과 모욕, 협박을 쏟아냈다. 강간이나 살해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레사의 가족과 친구까지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됐다.

국경없는기자회의 국제캠페인 책임자인 레베카 빈센트는 “레사는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 가혹한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법정에서는 눈에 보이는 대상과 직접 싸우지만, 온라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악플러들의 무차별 공격에 노출돼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빈센트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실을 취재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레사의 저널리즘에 대해 두테르테 정부가 오히려 위협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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