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바티스 '기적의 약'은 환자에게 희망고문

김양균 기자 2021. 10. 15.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기 '기적의 약'이 있다.

단 한번 주사로 생존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이 집약된 기적의 약.

대체약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은 환자들에게 청천벽력이다.

노바티스의 약들은 환자들에게 희망고문과 다름없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김양균 기자)여기 ‘기적의 약’이 있다. 단 한번 주사로 생존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이 집약된 기적의 약. 기적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약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만 기적의 ‘호혜’를 받을 수 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화제는 단연 노바티스의 초고가 원샷 치료제에 대한 급여화 요구였다. 이날 백혈병과 림프종 치료제인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와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인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를 건강보험 급여화해달라는 환자 부모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환자 부모들이 국정감사까지 나온 이유는 이들 약의 천문학적인 약값 때문이다. 킴리아와 졸겐스마의 약값은 각각 5억 원, 25억 원이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이상의 가격이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보 급여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처럼 고가의 약에 대한 급여화는 전례가 없어 결정은 쉽지 않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난색을 보였다. 권 장관은 “심사평가원이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고가의 약값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면, 환자들의 약값 부담은 줄어든다. 환자들의 치료 접근권도 높아진다. 더 많은 환자들이 약을 사용하면 할수록 제약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약값이 비싸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면 제약사의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약이 팔리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제약사는 약의 급여화를 반긴다. 급여화가 요원하면 더러 약 공급 철수를 선언하기도 한다. 대체약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은 환자들에게 청천벽력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도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제약사에 저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국감에 출석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심정이야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자식을 내버려둘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이들은 정부의 결정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자식을 위해 약을 쓰고 싶지만 천문학적인 약값을 부담할 여력도 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언을 하고, 기자회견도 하면서 정부의 도움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사진=한국노바티스 홈페이지 캡처

이날 국감 자리에서 한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말했다.

“돈보다 생명 아니겠습니까?”

에둘러 고가 약의 급여화를 서두르라는 국회의원의 말. 그는 희귀 난치질환자의 답답함을 대변하려 했을 것이다. 그가 정말 환자들을 생각했다면 똑같은 질문을 개발사에도 해야 했다.

아파트 한 채 보다 비싼 약.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약값일랑 곧이곧대로 받겠다는 제약사의 태도. 그들에게도 돈보다 생명이 먼저 아니냐고, 약값을 조금이라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회의원은 물어봤어야 했다.

혹자는 제약사가 약을 개발하기까지 투입한 엄청난 개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다. 제약사도 약을 팔아 이익을 내야 하니 그들의 입장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리 첨단 신약이라고 해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약값을 일반 서민이 어떻게 부담할 것이며, 건보 재정 악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결정을 정부가 쉽사리 할 수 있을 것인가.

‘희망고문’이란 말이 있다. 노바티스의 약들은 환자들에게 희망고문과 다름없다. 정부의 급여화만을 기다리기 전에 회사는 약값 조정의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그동안 그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생각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김양균 기자(angel@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