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정치에 병든 행정부, 대권주자의 처방전은?

세종=김훈남 기자 2021. 10.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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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획재정부 사람 열 명을 만나면 그 중 너댓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가 차기 대권에 가까운지, 차기 정권에서 기재부를 포함한 정부의 조직 개편방향이 어떤 쪽일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혁'이니 '조직쇄신'이니 각종 미사여구가 동원되겠지만 정치병에 시름하는 공직사회를 억지로 끌고가는 것, 그 이상은 아니다.

차기 정권을 쥐겠다는 사람이라면 손발이 될 공직사회의 정치병을 치유할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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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커지면서 세종시 일대에 짙은 안개가 발생한 지난달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장인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요즘 기획재정부 사람 열 명을 만나면 그 중 너댓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가 차기 대권에 가까운지, 차기 정권에서 기재부를 포함한 정부의 조직 개편방향이 어떤 쪽일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정권에서 유독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비난이 많았던 탓인지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보다 기재부 사람들의 관심과 걱정이 더한 듯하다.

대선 직전 공무원들의 걱정이야 늘 있어왔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는 소위 '장차 큰 일을 할 법한' 고위공직자들이 주로 이번 걱정을 했다면, 요즘은 거의 모든 직급의 공무원들이 차기 권력의 향방에 관심을 보인다. "우리 같은 말단이야 하던 일이나 잘하면 되죠"라는 식상한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차기 대권에 대한 관심 너머 공직사회의 무기력증도 보인다. 정치가 정부를 압도한 때문일까.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이런 정권은 처음인것 같다"는 하소연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권말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이라 치부하기엔 부족하다. '정치병(病)'에 신음하는 공직사회의 단면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해보인다.

정치병은 몇몇 공직자의 정치 욕심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판단에 부처의 의견이 무시되는 걸 말한다. 탈원전 정책이 그랬고,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대책과 누더기가 된 세법도 그랬다. "법의 의해 정해진 대로만 일을 해야한다"는 공직사회 원칙은 온데 간데 없고, 절차적 정의는 늘 정치적 판단에 밀렸다.

정치가 결론을 내면 중앙부처는 머리를 짜내 논리를 만들어 채우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다 탈이 나면 정치적 책임은 고스란히 논리를 짜낸 공직사회에 돌아온다. 정무적 판단을 하는 고관대작은 물론 일선 공직자까지 희생양이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직사회의 보신주의가 고개를 든다. 한 고위공무원은 "요즘 정책 조정을 위한 부처별 회의에선 책임 소지를 따지기 일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책을 주문한 정치가 책임을 지지 않으니 담당자에게 과도한 문책이 뒤따른다. 공직자 개인에게 지나친 책임을 물으니 부처를 넘어서는 아이디어는 설자리가 없다. 부처 내부에서도 지시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문자를 통해 하는 걸 선호하고, 상사의 구두지시에 휴대전화 녹음기능을 켜는 부하직원도 있다고 한다. 공직사회가 갈수록 경직되고 무기력해지는 모습이다.

무기력증이 있든 없든 공직사회는 내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굴러갈 것이다. 서슬 퍼런 새 정권이 시키는데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을 리 없다. '개혁'이니 '조직쇄신'이니 각종 미사여구가 동원되겠지만 정치병에 시름하는 공직사회를 억지로 끌고가는 것, 그 이상은 아니다. 결국 5년짜리 정권의 힘이 떨어지는 집권 후반기 공직사회 무기력증은 또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제20대 대선 본선이 곧 시작된다. 차기 정권을 쥐겠다는 사람이라면 손발이 될 공직사회의 정치병을 치유할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정부 부처의 독립성, 정책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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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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